'탈북(脫北)선수' 이창수씨 "삼형제에게 남길 건 유도뿐"… 술 끊고 새 각오
"어허, 이놈 봐라. 더 꽉 잡아!"지난달 31일 서울 보성중학교 체육관. '탈북 유도선수' 이창수(42)씨가 아들 삼형제와 차례로 유도 대련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지지 않겠다는 삼형제의 표정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럴수록 이씨의 표정은 흐뭇해 보였다. 한국마사회 수송부에서 일하는 이씨는 작년 10월부터 틈나는 대로 삼형제에게 집중적인 유도훈련을 시키고 있다. "내 힘이 남아 있는 한 아들 세명을 '무쇠'로 만들어 세계 최정상에 올려놓겠다"는 것이 이씨의 꿈이다.
이씨는 북한 대표로 1989년 세계선수권 3위,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2위에 올랐지만 성적에 대한 문책(탄광노동)을 받자, 1991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 때 한국행을 택한 탈북자이다. 이씨의 한국행 소식을 듣고 당시 대만 유도대표였던 진영진(45)씨가 한국을 찾았고, 두 사람은 1992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만나 호감을 가져왔다.
- ▲ 이창수(맨 왼쪽)씨는“삼형제(왼쪽 두 번째부터 호진·문진·위진)를‘무쇠’로 만들어 3명 모두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알코올중독 치료까지 받던 이씨가 변하기 시작한 건 작년 10월부터라고 한다. "자식들을 봐서라도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고 결심했고, 이씨는 운동을 접은 지 7년 만에 다시 유도복을 꺼내 입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유도뿐이다…."
이제 유도는 이씨 가족을 화목하게 묶어주는 끈이 됐다. 삼형제도 유도를 하면서 아빠가 유도계에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됐다. 이씨는 어버이날 장남이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다. "저의 우상인 아빠를 목표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그때까지 아빠의 가르침과 말씀들은 뼛속 깊이 새겨들을게요. 사랑해요 아빠." 지난 4월엔 집(약 86㎡)의 작은 방에 국제경기장용 매트 5장을 깔아 '미니 유도장'도 만들었다.
삼형제는 아버지를 닮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둘째 문진(14·1m68·66㎏)군은 3월 서울시유도회장배 1위, 5월 서울시장배 2위에 올랐다. 첫째 호진(16·1m83·75㎏)군은 중학교 때 태권도 3단을 따는 등 운동신경이 좋아 이씨의 기대가 크다. 초등학생 막내 위진(12·1m60·58㎏)군은 팔뚝 둘레가 성인 남성의 2배가 될 정도로 힘이 장사다.
[출처] 2009년 6월 4일 오전 9시 2분에 저장한 글입니다.|작성자 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