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처녀가 죽은 곳에 백일 간 핀 꽃
꽃 속에 또 꽃을 간직한 백일홍.
백일동안 붉게 피어 있는 백일홍. 백일홍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또 꽃이 피어있습니다. 꽃 속에 꽃이 피어있는 셈이지요. 보통 꽃에는 우주의 신비가 담겨있다 합니다. 이로 보면 백일홍은 우주 속에 또 다른 우주를
담고 있는 거지요.
꽃 속에 또 꽃이 피어 있는 모습에서 중심과 둘레를 함께 가진
힘의 원천을 보는 듯합니다. 백일홍은 흰색, 노란색, 주홍색, 오렌지색, 엷은 분홍색 등 여러 가지 색깔로 6~10월에 피어납니다.
백일홍에는 전설이 스며 있습니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백일홍에 전설이라니 의아하긴 하지만 사연이 있겠지요.
처녀가 죽은 곳에 붉게 백일 간 피어난 ‘백일홍’
동해 바닷가 어느 마을에 사는 처녀 ‘몽실’과 총각 ‘바우’는 서로를 아끼며 사랑했다. 그런데 이 마을은 해마다 백년 묵은 구렁이에게 처녀를 제물로 제사를 올려야 재앙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
어느 해 가을, 바우와 혼인을 앞둔 몽실이 제물로 바칠 처녀로 뽑히고 말았다. 이에 바우는 구렁이를 죽이고 몽실이와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길을 떠났다. 떠나기 전 바우는 몽실이와 약속했다.
“백일 후에도 오지 않거나 배의 돛에 빨간 깃발이 꽂혀 있으면 내가 죽은 거니까 도망을 가고 흰 기를 꼽고 오면 구렁이를 처치한 거니까 마중해 달라”
몽실이는 매일 기도를 하며 바닷가에서 바우를 기다렸다. 100일째 되는 날 드디어 멀리서 배의 앞머리가 보였다. 반가움에 달려가던 몽실이는 그만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배에 빨간색 깃발이 꼽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배에서 내린 바우는 몽실이를 찾았으나 몽실이는 죽은 후였다. 몽실이를 끌어안고 울부짖던 바우는 무심코 배를 바라보게 되었다. 배에는 흰 깃발 대신 빨간 피가 묻은 깃발이 꼽혀 있었다. 구렁이를 죽인 기쁨에 들떠 피가 깃발에 묻은 줄도 모르고 그 깃발을 꼽고 온 것이었다.
몽실이는 피 묻은 깃발을 보고 바우가 죽은 줄 알았던 것이었다. 마을사람과 바우는 몽실이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장사지냈다. 그런데 그곳에서 예쁜 꽃이 붉게 피어나 백일을 꽃피우다 졌다. 그 후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백일홍’이라 불렀다.
하여간 백일홍은 ‘꽃 중의 꽃’ 장미와는 또 다른, ‘꽃 속의 꽃’이라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