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통곡하게 만들 무의미한 이단정죄 놀음이 한국교회에서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얼마 전 예장통합 제94회 총회에서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의 날치기 이단결의가 교계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교단 내부에서조차 헌의와 진정서가 제출되는 등 거센 반발이 있는 상황이지만, 교권을 활용한 이단정죄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권을 이용해 타 교단의 인사까지 정죄해 문제가 됐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1983년 예장통합, 조용기 목사 이단정죄.."교인 빼앗아가"

교권을 활용해 성장하는 교회를 누르려 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조용기 목사의 경우이다. 조용기 목사는 구원파의 권신찬 목사와 함께 1983년 예장통합 제68회 총회에서 이단 사이비로 정죄 당한 바 있다. 당시 조용기 목사는 각종 사이비 사건들과 방언, 신앙운동의 성격과 전도, 축복과 구원관 등 9개 항목을 이유로 정죄를 당했었다.

이에 조용기 목사는 그 해 10월 즉각 교계신문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예장통합의 결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조 목사는 "기독교 전래 100주년을 맞이해 화해와 단합을 모토로 하고 나온 대 교단이 그 이상과는 판이하게 시기와 질투로 인한 심판으로 정죄한다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대동단결을 파손하는 것이므로 이에 통곡할 따름이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예장통합 측은 조용기 목사의 교회전도에 대해 "기성 교회 교인 뺏기와 쟁탈 등으로 많은 교회의 교역자들에게 피해를 줌으로 그리스도의 공동체에 많은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조 목사는 "저는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남의 교인들을 결코 뺏어오라고 성도들이나 교역자들에게 묵시적으로라도 명령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순복음측 "예장통합, 자신들의 교리와 신학 잣대로 무리하게 해석"

이 문제는 거의 10년 가까이 끌었다. 1984년 7월 18일 조용기 목사는 당시 예장통합 총회장이었던 림인식 목사에게 서신을 보내기도 했지만, 예장통합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1993년 8월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예장통합 측의 우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으로 조 목사에 대한 변증문을 발표했지만, 같은 해 9월 예장통합 제78회 총회에는 다시금 조 목사에 대해 "사이비 성이 있다고 했던 결의를 해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보고서가 제출되고 결국 예장통합은 1년의 연구기간을 더 두기로 결정한다.

이에 연구원은 "예장통합 측 제78회 총회의 조 다윗(조용기) 목사 재 연구 결정에 대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입장"이란 글을 발표하고, 7개 항목의 사이비 시비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해명했다. 연구원은 "예장통합 측 제78차 총회에서 조 다윗 목사의 소위 '사이비 성' 시비에 대해 이를 철회할 용기를 갖지 못하고 연구위원회에서 조사 연구해서 1년 후에 다시 보고하도록 결정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연구원은 "제68회 총회에서 제기된 9개 항목은 금번 총회에서는 사라지고 대신 종말론을 비롯한 7개 항목이 새로 등장했고, 연구원에서는 그대로 있을 수 없어 예장통합 측의 제78회 총회를 앞두고 제68회 총회 시 문제점으로 지적한 9개 항목에 대해 변증했다"고 밝히면서, "그 결과 9개 항목은 사라지고 다시 7개 항목이 나왔는데 이는 10년 전 결정이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지 못한 것이었음을 명백하게 입증해 준다"고 주장했다.

또 "더욱이 연구위원회 서기로 활동해 온 모 목사의 말대로 10년째 똑같은 안건이 논의됐으며, 모 목사가 그 문제로 3년간 계속 연구해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신학자와 목회자를 보완해서 1년 동안 더 조사 연구하도록 결정됐다"며 "이번 예장통합 측의 제78차 총회의 처사는 총회의 난처한 입장을 피하기 위한 임시 방편이란 느낌을 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예장통합 측의 움직임을 보면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검증 과정이 없이 35년간 한국과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한 길을 걷고 있는 충실한 목회자를 정죄하는 일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교계의 소리가 더 한층 높다"고 말하고, "예장통합 측이 제기한 조 목사에 대한 사이비 성 논쟁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의 교리와 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교리와 신학의 잣대로 무리하게 해석한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예장통합, 조 목사 옹호한 자교단 목회자들 징계

1993년 10월 12일 한국기독복음단체총연합회(대표의장 신현균)는 "예장통합 측의 조용기 목사 사이비 재 연구 결정에 대한 우리의 견해"란 주제로 조용기 목사를 옹호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조 목사가 정죄 당한 1983년 이후에도 그와 더불어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해 온 인사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에서 조 목사에 대한 예장통합의 제78회 총회 결정에 대해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것이다.

문제는 예장통합 측이 이 성명에 참여한 자교단 목회자들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는 사실이다. 예장통합 측은 같은 해 11월 9일 총회 임원회에서 '조용기 씨 옹호성명 관련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단체의 대표인 신현균 목사와 나겸일 목사(세계성령운동본부장), 진수철 목사(한국기독교순교자유족회장)를 "조 목사를 세계적이며 한국 최고 교계지도자로 극찬하면서 본 교단의 조 씨에 대한 사이비 논의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소환했다.

결국 예장통합 측은 신현균, 나겸일, 진수철 목사 세 사람에 게 당사자들의 연명으로 "교단에 누를 끼친 것을 전국교회 앞에 사과하며, 앞으로는 전적으로 총회의 방침에 순종할 것을 약속하는 성명"을 교계 신문 광고로 게재토록 만들었고, 이 사건은 "예장통합 교단의 교권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예장통합 제79회 총회, 조 목사 관련 10여 년 논란 마무리

예장통합 측은 1994년 제79회 총회에서 지난 10여 년의 조 목사 관련 시비를 종결 짓는 보고서를 받는다. 당시 총회 전 대외비로 구분됐던 보고서는 조 목사에 대해 "그의 설교와 신학은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사도적 보편교회의 신앙과 일치하면서도, 우리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지적한 문제점들은 대체로 오순절 교파의 특수성에 관련된 것들이 많고, 또한 조용기 씨 자신의 오류도 부분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조용기 씨가 1984년 본 총회에 제출한 '서신'과 1994년 본 총회 총회장에게 보내온 '서신'에서 그 자신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고' '잘못된 점을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해 왔으니, 상호간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의 구성원들로써 이 민족의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받아 주시기를 바라나이다"라며 조용기 목사 관련 시비를 마무리 하도록 했다. 이제 조 목사에 대한 당시 기록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후 10년이 훨씬 넘게 흐른 예장통합 제94회 총회 이대위 보고서에는 조 목사와 같은 기하성 소속의 전태식 목사(순복음초대교회)가 거론됐다. 전태식 목사는 사모와 함께 역동적인 목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목회자이지만, 최삼경 목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에서 "신학사상이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며, 설교나 교육내용이 정통교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기이한 이유로 매도 당했다. 해 아래 새 것은 없는 것인가. 아니기를 기도할 뿐이다.

김규진 기자 kjkim@apolog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