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가족
진리의 언덕
생명강가 2009-02-28 , 조회 (363)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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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가족(눅10:38-42)

글/생명강가(2008.7.26)




 예수님과 우리 오라버니는 어려서부터 절친한 동갑네기 친구이고 우리 두 자매도 나사렛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우리 삼 남매를 친자식처럼 돌봐주신 마리아 아주머니와 그의 가족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에게 어떤 어려운 일들이 생길 때면 크게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세상에는 더 놀라운 일도 많단다. 너무 염려하지 말거라”하시며 망치소리를 일부러 땅땅 내시며 위로해 주시던 요셉아저씨는 가끔 우리 아버지로 착각할 정도로 모두 그리운 분들입니다.


어머니는 내가 얼굴을 기억 못할 만큼 일찍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어부 일을 하시는데 혼자 외로우셨던지 밤늦게까지 선창에서 약주를 드시고 늦게 들어오셨다가 새벽같이 일하러 나가시므로 나는 거의 얼굴을 못 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열다섯 살 되던 해 아버지마저 배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친척들의 도움으로 남은 집과 땅을 정리해서 예루살렘에서 직물공장을 운영하시는 이모부님 곁으로 이사를 오다 보니 이곳 베다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다 하나님의 주권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 느꼈던 주님은 뭐라고 할까.. 어찌 생각하면 좀 바보스러울 정도로 무엇이든 양보하고, 누가 놀려도 절대 화내는 일이 없고, 화초를 잘 가꾸며, 농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고.. 동물들도 물론 사랑하고, 특히 청소는 도맡아 잘하고, 말은 꼭 할 말만 했던 것 같고, 그러나 유머감각이 뛰어나 모든 사람을 잘 웃겼고, 그리고 음.. 예의 바르며 부모님께는 항시 순종했던 것 같고, 아무튼 겉보기에는 보통 오라버니들과 똑 같은데 속은 꼭 애어른처럼 너무 비밀스런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더니 열두 살 되던 해에 예루살렘에서 유월절 절기를 보내고 오면서부터 원래 유대 여자들은 정규 학업을 받을 수 없는데, 예수님과 오라버니가 주동하여 우리에게 글 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듣고 온 모세와 신언자들의 두루마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아담과 하와이야기부터 남편과 아내의 중요성, 그리고 다윗왕과 솔로몬왕이 지었던 하나님의 집에 대한 이야기 등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동네 어른들도 찾아 오셔서 듣고 가시곤 하였습니다. 그 당시 언니와 나는 서로 커서 예수 오라버니께 시집가겠다고 다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리아 아주머니께서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예수 오라버니는 하늘에서 온 주님이시란다.”하시며 고개를 저으시고 웃으셨습니다.


아무튼 베다니로 이사 온 이후 오라버니는 약 이마일정도 떨어진 이모부네 직물공장에 취직하여 일하고 안식일에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오라버니가 가져다준 옷감으로 옷을 지어 보내면 이모부가 여유 있게 많은 수고비를 보내줘서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사렛 마리아 아주머니께는 그때 배운 글 솜씨 덕에 계속 서신 왕래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삼년 전부터 여기서 가까운 광야에서 요한이라는 유명한 신언자가 나타난 후,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란 소문이 돌고.. 그분의 말씀 한마디에 각색 병든 자들과 귀신들린 자들이 치료되는 등 놀라운 일들이 생겨났는데 언젠가 예루살렘을 다녀가시는 길에 이곳 베다니에도 들러 이웃집 나병환자 시몬 아저씨도 깨끗이 낫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분이 메시아, 하늘에서 오신 주님이시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던 얼마 전 일입니다. 그 예수님 일행이 길 가시다가 저희 집에 오신 적이 있습니다. 언니와 나는 반갑게 그분들을 영접해 맞이하고 보니 평소와는 달리 주님께서 일행들에게 심각한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하늘의 때가 가까이 와서 주께서 장로와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예루살렘에서 버림받고 죽었다가 제 삼일에 살아나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등 제자들에게 혼 생명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 각별히 주의 깊게 말씀하셨는데 나는 주님의 발 앞에 앉아 그 말씀들을 소중히 경청하였습니다. 왜냐면 그분은 한 번도 빈말을 하신 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언니는 오랜만에 찾아주신 예수님을 위해 혼자서 분주히 준비하다 보니 그 소탈한 성격대로 “주님,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도록 내버려 두는데도 상관지 않으십니까? 마리아에게 나를 거들어 주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크게 소리치자, 주님께서 언니에게 “마르다여, 마르다여, 그대가 많은 일로 염려하며 애쓰지만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입니다. 마리아는 좋은 편을 선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하시며 그날따라 저를 변호하기까지 하시며 믿는 이들의 참된 섬김의 삶을 강조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이 그렇게 다녀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슨 영문인지 모르게 오라버니가 하루 밤사이에 심한 병에 시달려 갑자기 죽게 생겼습니다. 우리는 급히 사람을 보내어 마침 근처 요단강 부근에 와 계신다는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주님 보십시오.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이 병들어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리게 하니, 주님은“이 병은 죽을병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이 일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시고 며칠을 지체하시더니 오라버니가 죽은 지 나흘째 되던 날에 오시므로 “주님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나의 오라버니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우리는 흐느껴 울며 주님을 원망하였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 것이고, 누구든지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들이 이것을 믿지 않습니까?”하시며 영 안에서 격분하시고 괴로워하시며 “그를 어디에 두었습니까?”묻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시니, 무리가 술렁이며 무덤으로 인도하였습니다. 예수께서 “무덤의 돌을 옮겨 놓으십시오.”라고 명하시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일축하시고 눈을 드시어 “아버지, 아버지께서 나의 말을 들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항상 나의 말을 들어 주시는 줄을 내가 압니다. 그러나 내가 이 말씀을 드린 것은 여기 둘러 서 있는 무리 때문인데,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그들이 믿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나사로, 나오시오!”


오라버니는 손과 발이 천으로 묶이고 얼굴은 수건으로 가린 채 그 무덤에서 나오고 예수님께서 “그를 풀어 주어 자유롭게 다니게 하십시오.”라고 하시자 거짓말처럼 죽었던 오라버니가 살아나서 평소에 말이 없던 그가 빙긋이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놀라 소동이 벌어지고, 서로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반가와 하는 주님과 오라버니를 번갈아 보던 나는 ‘과연 믿는 이들의 믿음이 무엇일까?..’하며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저분 예수를 사는 삶 자체일 것이라고 어렴풋이 깨달아졌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대제사장과 바리세인들이 공회를 소집하여 본격적으로 예수님을 붙잡아 죽이기로 모의를 시작하자 주님은 제자들과 광야에 가까운  에브라임으로 물러가 계시다가 유대인들의 유월절이 가까워 오자 다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 위해 베다니로 오셨습니다. 이번에는 그 부활의 주님이 마지막 수난을 당하실 것을 알지만 우리는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이웃의 시몬아저씨의 제의로 그 주님을 위하여 우리는 잔치를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역시 음식 봉사하면 우리 언니가 제격이어서 아저씨네로 미리 가서 준비하게 하고 나는 곧 있게 될, 내 주님의 영광스런 장례를 생각하며 고이 간직해 두었던 최고의 나드 향유를 품에 안고 오라버니와 함께 상 앞에 앉아 계시는 예수님 곁으로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죽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즐거워하며 잔치 상 앞에 둘러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다가서자 주님이 나를 바라보셨고, 나는 품속에서 옥합을 꺼내 밀봉된 뚜껑을 깨고 향유를 주님의 머리에 부었습니다. 향유는 주님의 머리와 수염을 타고 옷깃에까지 흠뻑 젖었고 온 방안에 향유의 향기로 가득 찼습니다. 나는 남은 향유를 주님의 발에다 마저 바르고 내 머리털로 그분의 발을 닦아드렸습니다.


제자들 중에 누군가가 책망하는 듯 하였지만 나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내손과 머리털에도 그 향유가 묻어버렸고 나의 마음속까지 그 향취에 젖어 버렸으므로 그분이 죽어가고 살아가듯이 나도 그분의 죽음을 함께 죽고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먼 훗날 누군가가 자아로 밀봉된 뚜껑을 깨고 또 향기롭고 너무나 달콤한 영 안의 내 주님을 쏟아 놓을 때면 그 형제자매님은 내 마음을 이해할 것입니다.


아! 이것이 그 희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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