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람들
잔잔한 시냇가
진주 2011-05-31 , 조회 (514) , 추천 (0) , 스크랩 (0)

출처 블로그 > 임금님 나라
원문 http://blog.chch.kr/kingdom/29710.html

 

 

 

 

 

 

 

 

 

 

 

 

 

 

 

 

 

 

 

 

찾아가는 한글공부방의 교사

이것이 최근에 나의 직업중 하나입니다.

다문화가정과 한글 미해득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한글을 가르치는 일입니다.

참 좋은 복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의 대민사업인데, 마침 그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동화 소재로도 좋으니 한번 해보라고 권유를 해왔습니다.

다문화 가정은 티뷔나 말로만 들어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선뜻 응했습니다.

어떤 공부가 실제로 도움이 될까 많이 생각하면서 그 집들을 방문합니다.

수요일 저녁에 방문하는 한 가정이 있습니다.

5년전에 월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혜영(귀화해서 한국이름이 있음)씨 입니다.

사생활침해되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혜영씨는 시어머니와 여섯살난 딸 아진이와 셋이서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몇해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가정에 가보면 말은 통하지 않아도 진심이 통하는 것이 보여 참 즐겁습니다.

아진이 할머니는 <우리 며늘아이는 그릇이 큽니다. 큰 그릇입니다>라고 며느리를 칭찬합니다.

남편이 없는 데, 그것도 고국이 아닌 먼 나라에 와서 일을 하며 시어머니를 섬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혜영씨는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입니다.

혜영씨는 다육이를 키워 파는 농장에서 일을 합니다.

할머니는 혜영씨가 한국말을 잘 해서 수입이 조금 더 많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그래서 공부시간에 옆에서 보조교사기 되어 며느리 공부를 거듭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진이도 거듭니다.

덕분에 혜영씨는 한글 교사가 3명이 되었습니다.

학생 한명에 교사 셋, 진짜 이상적인 학습환경이지요.

물질적으로는 많은 부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집에는 사랑이 있습니다.이해와 서로 존중하는 따스한 마음들이 있습니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이 가정에서 아주 멋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설난 한포기입니다.

사온 그대로 주기가 미안했는지 하트 모양의 플라스틱 화분도 하나 곁들어 주었습니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멋지고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울타리 없는 이집의 마당에는 많은 꽃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시어머니랑 며느리가 다 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아진이 할머니가 할미꽃 한포기를 캐주었습니다.

씨앗이 떨어져 자생한 할미꽃입니다.

처음 이 가정에 방문한 날 할미꽃이 피어 있어서 반가워서 <할미꽃이 있네요.>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내것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와서 가져가려는 것을 지켰다고 하는 걸로 봐서 노리는 사람이 많았나 봅니다.

차마 <저도 할미꽃 있어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주시는 대로 가져왔습니다.

옆에 잎이 두장 나와 있는 조그만 할미꽃도 함께 캐주었습니다.

요즘 비가 자주 옵니다.

얼마전만해도 빗소리를 반갑게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리 반갑지가 않습니다.

밭이나 마당이나 식물들이 충분하게 해갈을 했고

오히려 잦은 비로 뿌리가 썩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비가 반갑네요.

어제 밤에 가져온 할미꽃을 심어야 하니까요.

이 할미꽃이 다른 할미꽃보다 더 튼실하게 자라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할미꽃을 심으면서 기도해봅니다.

혜영씨가, 시어머니가, 딸인 아진이가,서로의 사랑과 믿음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기를!

한국이 혜영씨에게 남편의 나라가 아닌 혜영씨의 나라가 되기를!

조금 더 나은 보수를 받는 직장을 구해서 넉넉하진 않아도 쪼들리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기를!

혜영씨는 작년에 시에서 주는 효부상을 받았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정에 가서 봉사할 수 있어 참으로 보람을 느낍니다.

[출처] 아름다운 사람들 |작성자 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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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람미
답글
야속하게도 세상을 떠나버린.. 남편도 없이
시어머님을 모시고 가정을 책임 져야하는 혜영씨.
마음이 넘 아프네요 ..
그래도 딸 아진이가 있어 버티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주님의 애정어린 관심과 사랑이
의지할곳 없는 혜영씨에게 많은 격려가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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