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할 리 없다며 손가락질 받던 태블릿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변해나가고 있다. 태블릿 시장에 신화를 쓴 아이패드부터 다크호스로 떠오른 킨들 파이어까지, 오늘날 태블릿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을 다시금 살펴보며 지난 2년간의 태블릿 시장을 되짚어본다.
◇ 태블릿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난 달라! ‘애플 아이패드’ = 애플 아이패드가 없었다면 오늘날 태블릿 시장이 이렇게 활성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아이패드가 태블릿 시장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사실 태블릿 시장은 일부 마니아만 쳐다보는, 마이너한 시장에 지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포부를 품고 제품을 내놓았지만 하나같이 고배를 마셨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겁고 느렸기 때문이다. 노트북 PC에 터치스크린과 펜만 더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키보드도 선뜻 버리지 못했다. 태블릿 PC, UMPC, MID… 이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그 때마다 시장은 외면했다.
성공한 제품이 없던 상황에서 애플이 태블릿을 내놓는다고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고 2010년 1월 아이패드가 발표됐다. 실체가 공개되고 예약 주문이 쇄도했지만 4월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확실한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이패드는 결국 해냈다. 판매 첫 날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 것을 시작으로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패드는 태블릿 시장의 제대로 된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인 제품이 됐다.
아이패드는 빠르고 직관적인 멀티 터치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내세웠다. 아이패드가 채택한 애플 iOS는 이미 아이팟 터치·아이폰에서 그 매력을 검증 받은 상태였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1,024×768 해상도를 그려내는 9.7형(24.6cm) 액정 화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나치게 크지도, 또 작지도 않은 화면 크기는 제품 활용도를 더욱 높여줬다. 넉넉한 화면으로 즐기는 콘텐츠의 맛은 아이폰으로 느끼는 그것과 사뭇 달랐다. 전자책으로도, 디지털 액자로도, 동영상 재생기, 게임 머신으로도 손색 없는 모습을 보였다.
넉넉한 콘텐츠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잘 일궈온 앱 스토어가 제 역할을 했다. 아이패드 전용 앱을 내놓는 업체도 많았고 종전 아이폰 앱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성능과 휴대성 또한 준수했다. 애플 A4 시스템 온 칩은 꽤 쾌적한 성능을 보여줬으며 배터리 사용 시간 또한 10시간으로 넉넉했다. 700g이 채 되지 않는 무게로 충분히 들고 다닐 만했다.
아이패드는 PC의 틀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태블릿’으로 승부해 성공했다. 덩치 큰 아이폰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화면 크기만으로도 용도가 바뀐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이패드의 인기는 아이패드 2 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아이패드, 직접 써 본 느낌은? 직접 써 보면 왜 아이패드가 태블릿 시장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애플 제품이 그렇듯이 아이패드 역시 사용 시 쾌적한 모습을 뽐낸다. 게임을 비롯해 유용한 앱도 참 많다. 넉넉한 화면 크기 덕에 아이폰에 손이 가는 빈도가 줄어든다. 특히 만화책 볼 때 최고다.
다만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다니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늘 가방을 챙겨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손에 들고 장시간 게임을 즐기거나 웹 서핑을 할 땐 무게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다. 화면 크기에 비해 해상도가 살짝 아쉽다는 느낌도 든다.
편하게 인터넷 서핑을 즐기기엔 나쁘지 않지만 완벽하게 PC를 대체하기엔 살짝 아쉽다. 이미지가 많은 페이지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플래시 기반 동영상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때론 아쉽다.
음악 파일과 동영상 파일을 담을 때 아이튠즈에서 변환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맘에 들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기반 장치와 달리 마음대로 파일을 넣고 뺄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답답한 부분이다. 그냥 참고 쓰는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 2는 전작보다 빠른 성능이 강점이다. 램 용량도 늘어 웹 서핑 시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무게도 살짝 가볍지만 익숙해지면 크게 와닿진 않는다.
전후면 카메라가 생겨 페이스타임을 비롯해 카메라 기능을 이용한 앱을 쓸 수 있어 좋다. 그렇지만 이를 이용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엔 아이패드 2의 덩치가 너무 크고 카메라 화질도 떨어진다. |
◇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대명사, 삼성전자 갤럭시탭 = 참 많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나왔지만 그나마 대표적인 제품을 꼽으라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을 들 수 있다.
이미 아이패드가 성공한 뒤라 갤럭시탭의 부담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었다. 아이패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처음 나온 갤럭시탭은 작은 크기를 내세웠다.
1,024×600 해상도에 7형(17.8cm) 액정을 갖춘 갤럭시탭은 아이패드의 딱 절반 크기였다. 양복 안주머니에 들어간다고 강조한 것은 바로 이 크기를 내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무게도 380g 선으로 아이패드보다 가벼웠다. 화면 크기는 희생했지만 적어도 휴대성 하나만큼은 아이패드보다 나았다. 비록 두 제품 모두 그냥 들고다니기엔 부담스럽지만 말이다.
전화 기능, 지상파 DMB,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등 남다른 부가기능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안드로이드라는 태생 탓에 아이패드에 비해 불안정한 모습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후 배턴은 갤럭시탭 10.1이 이어받았다. 이번엔 아이패드와 비슷한 10.1형 액정에 1,280×800 해상도로 등장했다. 무게와 두께도 아이패드 2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듀얼 코어 기반의 엔비디아 테그라 2 프로세서를 채택해 성능 향상을 꾀하고 태블릿에 최적화된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3.1과 호흡을 맞췄다. 아쉽게도 이번에도 아이패드 2의 아성을 넘진 못했다.
갤럭시탭의 계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갤럭시탭 10.1에 이어 갤럭시탭 8.9 제품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국내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갤럭시탭 7.7, 갤럭시탭 7.0 플러스까지 공개됐다. 다만 지나치게 제품군이 늘어난 탓에 오히려 선택이 힘든 것이 단점이다.
갤럭시탭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기준을 보여줬다고 해도 될 만한 제품이다. 반대로 말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제품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안드로이드 계열 태블릿은 아이패드와 맞상대를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최적화에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갤럭시탭, 직접 써 본 느낌은? 갤럭시탭은 아이패드와 비교해 상당히 호불호가 갈린다. 아이패드라고 완벽하진 않지만 갤럭시탭은 조금 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아 아쉽다. 쓰는 중에 다운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더 불안정한 PC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문제지만 애플 제품으로 인해 눈이 높아진 이들에겐 불만이 될 만한 부분이다.
7형 액정 기반이라 크기는 마음에 든다.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부분이다. 케이스를 쓰지 않는다면 일부 양복이나 점퍼 안주머니에 빠듯하게 들어간다. 휴대에 있어선 아이패드보다 조금 낫지만 그래도 가방 없이 들고 다니기엔 살짝 애매한 크기다.
실제로 제품의 활용도는 아이패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이라는 것이 다르다. 아이패드의 절반 크기라지만 스마트폰의 좁디좁은 화면을 터치하는 것보다야 훨씬 쾌적하다. 어지간한 동영상은 인코딩 없이 재생해 편리하다. 지상파 DMB 기능도 사람에 따라 유용하게 쓰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들고 있을 때도 아이패드보다 부담이 덜하다. 최근 이통사에서 재고품을 싼 값에 풀면서 뒤늦게 일부 사용자로부터 ‘진리’라는 평을 받는 건 제품 자체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물론 처음 출고가 기준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다면 말이다.
진저브레드 업그레이드에 추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로 운영체제를 바꿔준다는 점은 기대 이상이다. 덕분에 갤럭시탭도 생명 연장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갤럭시탭 10.1은 아이패드보다 높은 해상도를 가진 덕에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량이 많아 좋다. 아이패드와 달리 다양한 기본 앱, DMB 기능,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등 국내 환경에 맞춘 모습도 점수를 줄 만하다. 다만 허니콤 전용 앱이 여전히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라지만 허니콤은 처음 접할 때 상당히 어색하다. 태블릿 전용 운영체제라 기대했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크다. 특히 마켓 등 상당 부분에서 가로모드를 고집하는 모습이 때론 고지식하게 느껴진다. 화면 위아래를 차지하는 인터페이스도 그리 달갑진 않다. 안 그래도 상하 폭이 좁은 와이드 화면을 더욱 좁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최적화 부분 역시 다소 아쉽다. 초반엔 비교적 쾌적하지만 쓰다보면 느려지는 모습을 보인다. 심한 경우 종전 갤럭시탭보다 느리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사용 패턴에 따라 성능에 불만족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큰 아쉬움으로 꼽히던 테그라 전용 게임 앱의 경우 최근 안드로이드 게임 마켓이 활성화된 덕에 다행히도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됐다. 그나마 위안할 만한 부분이다.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주로 쓰는 것은 갤럭시탭이다. 그래도 남에게 태블릿을 추천할 땐 갤럭시탭보단 아이패드다. |
◇ 가격 파괴로 태블릿 보급화 꾀한 ‘킨들 파이어’ = 아마존의 태블릿 제품인 킨들 파이어는 등장부터 파격 그 자체였다. 199달러라는 값에 살 수 있는 태블릿이니 그럴 만도 했다.
킨들파이어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가격이다. 값이 다른 태블릿의 반값도 채 되지 않는다. 태블릿 가격 파괴의 주역이라 칭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전에 HP 터치패드가 99달러에 풀린 적이 있긴 하지만 이는 재고품을 소진하기 위한 방책이었을 뿐이다.
값이 싸다고 해서 제원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TI OMAP4430 듀얼 코어 프로세서를 쓰고 1,024×600 해상도의 7형 액정, 8GB 저장 공간을 갖췄다. 블루투스 등 일부 편의 기능이 빠지긴 했지만 값을 생각하면 납득하고도 남는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부족한 저장공간을 보완한다.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운영체제를 쓰기 때문에 루팅을 할 경우 일반 태블릿처럼 쓸 수도 있다.
대체 어떻게 아마존은 199달러란 값에 이런 태블릿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과거 MS가 엑스박스를 내놓으며 뒤늦게 게임 시장에 뛰어들 때와 비슷한, 매우 공격적인 전략이다.
킨들 파이어는 출시 한 달 만에 태블릿 시장을 뒤엎었다. 이미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아이패드 2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포춘은 캐나코드의 보고서를 인용, 킨들 파이어가 4분기 태블릿 시장에서 15%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자리로 올라설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가질 만한 장치로 태블릿을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킨들 파이어는 이후 태블릿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소비자들이 킨들 파이어라는 파격을 맛본 뒤라 어지간한 가격으로 내놓아선 비싸다고 인식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역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킨들 파이어가 세계를 제패하려면 먼저 아마존이 세계로 뻗어야 한다. 킨들 파이어가 전 세계 태블릿 시장을 노릴 수 없는 이유다.
킨들 파이어, 직접 써 본 느낌은?
킨들 파이어의 첫 인상은 7형 갤럭시탭과 비슷하다.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에 쥐면 단단하고 야무진 느낌이 든다. 갤럭시탭보다 조금 더 무거운 정도지만 체감 무게가 상당하다.
일단 군더더기 없는 생김새가 인상적이다. 조금은 심하다 싶을 정도다. 본체 아래쪽에 달린 전원 버튼 말고는 다른 버튼을 찾아볼 수 없다. 단자 역시 이어폰 단자와 마이크로 USB 단자뿐이다. 본체 뒤쪽에 러버 코팅을 한 것도 이색적이다.
킨들 파이어의 핵심은 역시 아마존 서비스에 최적화된 런처에 있다. 뉴스나 잡지를 비롯한 각종 도서, 음악, 동영상, 앱 등을 손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 마디로 콘텐츠 소비에 확실한 초점을 맞춘 기기다. 이외엔 간단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정도다.
킨들 파이어는 우리나라에선 반쪽짜리 제품이다. 아마존이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은 탓이다. 어렵게 해외에서 제품을 구입해도 소용없다. 콘텐츠를 제대로 내려받을 수 없다. 언어의 장벽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한글 입력도 불가능하다. 안드로이드 마켓도 쓰지 못한다.
싼 값에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쓰고자 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굳이 킨들파이어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루팅을 한 뒤 안드로이드 마켓을 설치하고 런처를 바꾸면 일반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비슷한 느낌으로 쓸 수 있지만 이는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찾는 편이 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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