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 태국을 덮친 대홍수가 주요 하드디스크 생산 공장들을 집어삼키면서 시작된 ‘하드 대란’은 올해인 2011년 말 PC 시장의 흐름 자체를 뒤흔들 정도로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자 하드디스크 가격이 폭등, 모델에 따라 200%를 넘는 가격 인상률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인 PC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를 낳게 된 것. 때문에 연말 성수기를 맞은 PC 시장은 그대로 직격탄을 맞아 전체적인 시장이 위축되어 버렸다.
당초 태국 현지 공장 복구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이하 WD)가 예상보다 빨리 복구를 마치고 조업을 재개하면서 당장 최악의 사태는 면하게 된 상태다.
그 영향인지 하늘높은 줄 모르던 하드디스크 단품 가격이 슬슬 하락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나와와 에누리 등 가격비교 사이트의 판매 가격에 따르면 500GB(기가바이트) 용량 제품을 기준으로 지난 11월 최고 15~16만원대 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어느덧 10만원 전후대로 약 5만원 가량 떨어진 것.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리는 용량대인 500GB 제품이 대눈에 띌 정도로 하락세에 접어든 것과 마찬가지로 1TB(테라바이트) 및 2TB 제품들의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만원대 후반에 거래되던 1TB 제품들은 15만원 밑으로 약 2~3만원 가량 떨어졌으며, 2TB 제품들도 20만원 언저리까지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 하락이 하드디스크 공급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여서인지, 아니면 시장 자체가 위축 되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의 수요가 급감해서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하드디스크 세계 점유율 1위와 2위인 WD와 씨게이트의 태국 공장이 조업을 재개했다지만 공급이 본래 수준으로 회복되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인데다, 여전히 세계적인 수요-특히 기업 시장 및 OEM용-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하드디스크의 가격이 12월에 들어서면서 하락세로 접어듦에 따라 이번 연말연시에 PC를 장만하려 했던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전체적인 PC 시장의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