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씽크빅은 1980년 도서출판 헤임인터태셔널로 출발했다. 웅진씽크빅이 진행하는 사업은 웅진단행본그룹과 웅진다책, 씽크빅학습지 3개 분야로 나눠 출판과 교육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방문 강습을 중심으로 한 교육 서비스와 활자로 지식을 나누는 출판사업을 벌이는 웅진씽크빅이 올해 모바일 서비스에서 보인 행보는 심상치 않았다.
2010년 10월 ‘모두 떨어져요’ 아이폰 응용프로그램(앱)을 시작으로 웅진씽크빅은 680개가 넘는 앱을 출시했다. 전문 앱 개발사 못지않은 규모다. 현재 웅진씽크빅은 모바일앱을 iOS에 대응해 출시하고 이 중 40%는 태블릿PC용으로, 70%는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한다. 편집자와 저자의 생각을 종이에 인쇄하던 출판사가 어느 틈에 모바일로 눈을 돌린 것일까.
박문수 웅진씽크빅 경영기획실 전략혁신팀 차장은 유통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듯, 책도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박문수 차장은 웅진씽크빅에서 전자책 서비스를 총괄하는 인물로, 단행본을 제외한 분야의 앱 서비스를 맡고 있다.
전략혁신팀은 2010년 2월 태스크포스팀으로 시작해 모바일 앱 시장을 전망하고 사업타당성을 점검하는 데서 시작했다. 지금은 모바일 앱 서비스 전략과 디바이스 대응, 전략적 제휴 파트너와 관계 형성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혔다. 현재 전략혁신팀은 3명으로 이루어졌으며, 단행본그룹은 별도로 3명의 직원이 전자책 사업을 꾸리고 있다.
박문수 웅진씽크빅 경영기획실 전략혁신팀 차장
“이제는 서점에서 책을 보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시대입니다. 콘텐츠마저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로 구매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출판사가 판매하기 시작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은 MP3 시장처럼 유통사가 수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간다는 생각 때문에 출판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내놓기를 주저하는 상황입니다.”
웅진씽크빅은 출판계가 주저하는 모습에서 다른 방향을 취한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웅진그룹은 북센을 통해 전자책을 유통한 바 있다. 웅진 OPMS는 북센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메키아’라는 전자책 서점을 올해 열었다. 그룹 내에 출판사와 전자책 유통 사업체를 둔 모양새다. 출판계에서는 출판사를 콘텐츠 제공자, 전자책 서점은 서비스 업체로 부른다. 꾸준히 종이책을 디지털로 전환해 서비스하려고 시도해온 그룹의 상황은 웅진씽크빅이 모바일 서비스에 주력할 수 있는 경험담을 제공했다.
올해 들어 전자책은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실패한 것으로 보이던 전자책 사업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하며 올해 재조명됐다. 특히, 문서처럼 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방식 대신 출판사는 모바일 앱도 내기 시작했다. 글줄을 앱에 넣으며 멀티미디어와 다양한 기능을 덧붙였다. ‘모질게 토익’ 시리즈, ‘나는 꼼수다’, ‘세계인물만화 후’ 등 문제집과 소설, 사회과학서적, 학습만화 등이 모바일 앱으로 출시됐다.
성인 대상 단행본부터 유아동 대상의 교육 앱까지 출시한 웅진씽크빅은 그동안 얼마만큼 성과를 냈을까. 박문수 차장은 일단 시장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말부터 꺼냈다.
“우리는 1년간 모바일 앱 사업을 벌였는데 현재 시장은 기대치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자체 조사해본 결과 안드로이드마켓과 애플 앱스토어, OZ몰, 올레마켓, T스토어를 합쳐도 국내 시장 크기는 3천억원이 안 됩니다. 여기에서 교육과 도서 카테고리는 후하게 쳐도 16%입니다.”
모바일 앱으로 서비스하는 시장이 작다고 하지만, 웅진씽크빅은 꾸준하게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당장 시장이 커지지 않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된 게 박문수 차장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근거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스마트폰이 약 2천만대입니다. 지금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가장 큰 연령대가 청소년입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아이폰과 갤럭시를 가지고 싶어합니다. 스마트폰 가격이 낮아지고 있으니 이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겠지요. 아이들은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꾸미는 데 관심을 보이다가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고 게임을 즐길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쓰는 기기에 교육 콘텐츠를 넣으려 할 것이고요.”
박문수 차장은 태블릿PC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아직 국내에서 태블릿PC가 기대만큼 많이 보급되지 않았지만, 시기 문제라는 입장이다. 태블릿PC가 스마트폰에 가까운 보급율을 보일 때가 온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태블릿PC가 보급된다고 해서 웅진씽크빅이 만드는 교육과 도서 앱이 태블릿PC에서 승산이 있을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교육용 콘텐츠는 필수가 될 것이라고 박문수 차장은 내다봤다. “태블릿PC의 구매력은 이동통신사가 휘두르게 될 겁니다. 이동통신사는 통신 회원을 붙들기 위해 단말기 가격을 낮춰갈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낮아진 단말기 가격이 청소년의 손에 쥐어질 때 이동통신사는 교육용 콘텐츠를 넣을 거라는 게 박문수 차장의 계산이다. 청소년에게 팔 때는 자연스럽게 교육용 콘텐츠를 담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다. 교보문고가 퀄컴과 전자책 단말기 ‘교보e리더’를 내세우며 교육적 성격을 강조한 것처럼 말이다.
이동통신사가 교육용 콘텐츠를 찾을 때 웅진씽크빅은 이미 개발한 600여개 이상의 모바일 앱과 1년 이상 쌓아온 서비스 경험을 들고 대응한다는 게 박문수 차장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다. 웅진씽크빅이 1년여 모바일로 서비스한 것은 앞으로 B2C 사업분야로 가져가고, 콘텐츠 납품 계약은 B2B 영역으로 가져가겠다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겠다. 통신상품 외 단말기 쪽으로도 제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미 지난해 웅진씽크빅은 KT와 모바일 앱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는 도서, 동화, 라이프스타일, 학습, 영어 등 다양한 콘텐츠로 시도해봤습니다. 스마트 기기에서 어떠한 코드가 통하는지를 지켜보며 양적으로 확대했지요. 이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시장의 요구와 B2B에 유리한 장르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겁니다.” 다수의 앱을 내놓으며 B2C로 통하는 앱은 무엇인지 살폈으니 이제 B2B 쪽으로 준비할 때로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웅진씽크빅이 올해 출시한 ‘잉글리시리스타트’ 시리즈, ‘스피킹자신감’, ‘맹꽁이서당’ 시리즈, ‘요리의여왕’, ‘모두떨어져요’ 등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30년 이상 쌓아온 콘텐츠를 무기로 하여 웅진씽크빅은 ‘책과 교육을 모바일로 서비스하는’ 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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