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기가바이트)급의 하드디스크가 등장한 것이 바로 어제 일 같은데, 벌써 그 1,000배에 달하는 TB(테라바이트)급 하드디스크가 시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팔리고 있다. 1TB 하드디스크에는 700MB 용량의 CD-ROM 1500장에 달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풀 HD급 고화질 영화 수백 편도 거뜬하다. IBM에서 PC라는 것을 처음 만든 1980년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천문학적인 용량인 것이다.
그리고 2011년에는 3TB 용량의 하드디스크도 출시되어 테라급 하드디스크의 대중화를 가속시켰다. 다만, 초반에 나온 제품들은 용량에만 집중하다 보니 속도 면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던 제품도 제법 있었다.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PC 전반의 동작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시급해 개선되어야 할 과제였다.
하드디스크의 속도를 정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플래터의 회전속도와 버퍼메모리의 용량, 그리고 인터페이스(연결 방식)의 종류다. 그런데 그 외에도 또 한가지, 하드디스크의 내부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플래터의 장수도 데이터 처리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같은 1TB 하드디스크라도 500GB 플래터 2장으로 구성된 것이 있는 반면, 200GB 플래터 5장으로 구성된 것도 있다. 합계 용량이 같아도 플래터 장수가 적은 하드디스크가 보다 빠르게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이번에 소개할 씨게이트의 뉴 바라쿠다 3TB(형식 번호 ST3000DM001)는 기존 제품(바라쿠다 XT)의 특징이었던 7200RPM의 플래터 회전속도, 64MB의 넉넉한 버퍼 메모리, 그리고 기존 SATA2에 비해 2배 빠르게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는 SATA3 인터페이스 탑재 등을 그대로 이어받은 상태에서 전체 플래터의 장수를 5장에서 3장으로 줄여 성능 향상을 노렸다.
SATA2와 호환되는 SATA3 인터페이스 사용
대부분의 하드디스크가 그러하듯, 외형에서는 다른 제품과 그다지 차이점을 느낄 수 없다.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에서는 라벨의 색상으로 제품의 등급을 구별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는데 씨게이트의 전략은 그런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어차피 하드디스크라는 부품이 PC 내부에 설치되기 때문에 굳이 외형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메인보드와 연결되는 인터페이스는 SATA 리비전 3.0(이하 SATA3) 방식이다. SATA3(6Gbps)는 이전에 사용하던 SATA2(3Gbps)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빠른 최대 전송속도를 낼 수 있는 신형 인터페이스다. 포트 자체의 모양은 SATA2와 동일하므로 SATA2만 지원하는 구형 메인보드에서도 사용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엔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도 SATA2 수준으로 떨어지는 점을 기억해두자.
구형 PC 사용자를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 제공
시중에 보급된 상당수의 PC 중에는 2.1TB를 넘는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UEFI 바이오스(bios: 메인보드의 기본 동작을 통제하는 프로그램)를 갖춘 메인보드를 사용하거나 64비트 운영체제를 탑재한 PC가 필요하다. 만약 구형 바이오스와 윈도우 XP(32비트) 기반의 PC라면 3TB의 전체 용량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구형 바이오스와 윈도우 XP를 탑재한 PC에서는 뉴 바라쿠다 3TB의 용량이 750GB 정도로 인식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씨게이트에서는 구형 PC에서 3TB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디스크위자드(DiscWizard)’ 소프트웨어인데 이는 씨게이트 홈페이지(http://seagate.custkb.com/seagate/crm/selfservice/search.jsp?DocId=218619&NewLang=en)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디스크위자드를 설치하고 ‘Allocate space’를 선택하면 간단히 최대용량이 정확히 나타난다.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
다음은 뉴 바라쿠다 3TB의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다. 2세대 코어 i5 2500K CPU에 기가바이트 P67A-UD4 메인보드, 그리고 4GB 메모리를 탑재한 PC에 씨게이트 신형 바라쿠다 3TB와 2011년 초에 나온 같은 회사의 3TB 하드디스크인 바라쿠다 XT(ST33000651AS)를 번갈아 꽂아가며 성능을 비교해 봤다. 운영체제는 윈도 764비트 버전을 이용했다.
전송률, 접근 시간 테스트(HDTune)
첫 번째 테스트는 저장 장치의 수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인 ‘HDTune’을 이용, 평균 데이터 전송률 및 접근 시간을 측정했다. 데이터 전송률이 높으면 파일을 읽거나 쓸 때 작업을 빠르게 마칠 수 있으며, 접근 속도가 빠르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거나 작업을 전환할 때 발생하는 지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테스트 결과, 뉴 바라쿠다 3TB는 평균 전송률은 물론 접근 시간 면에서도 기존 제품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측정되었다. 그리고 신형 바라쿠다 3TB는 디스크 안쪽에서 바깥쪽에 이르기까지 전송속도의 변화가 기존 제품에 비해 훨씬 적은 것도 함께 확인했다. 덕분에 한층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팅 속도 테스트(윈도 7)
벤치마크 프로그램 결과가 잘 나오더라도 실제 성능까지 그 결과가 이어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각 제품에 완전히 동일한 상태의 윈도 764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PC에 장착한 뒤 전원을 켜서 부팅이 완전히 끝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뉴 바라쿠다 3TB가 기존 제품에 비해 다소 부팅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를 할 때 마다 2~3초 정도 시간이 더 걸리거나 덜 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항상 신형 바라쿠다 3TB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부팅을 할 수 있었다.
파일 복사 테스트
다음 테스트는 파일 복사 속도 테스트다. 2.35GB의 파일을 같은 디스크 내의 다른 폴더로 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으며, 3번 정도 같은 작업을 반복해 가장 우수한 측정치를 결과에 반영했다. 파일을 복사할 때 내부적으로 다른 작업을 같이 하고 있으면 복사 속도가 느려질 수 있으므로 작업 관리자를 이용해 복사 작업 외의 모든 작업을 완전히 중지시킨 상태로 테스트에 임했다.
파일 복사테스트에서는 뉴 바라쿠다 3TB가 확연히 속도가 빠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반적인 사양(회전속도, 버퍼 메모리, 인터페이스)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성능 차이가 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플래터 장수를 사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합계 용량이 같아도 플래터 장수가 적으면 하드디스크 표면의 데이터 기록 밀도가 높아져서 보다 적은 회수의 물리적 움직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구매가치 높아진 대용량 하드디스크
최근 SSD(Solid State Disc, 반도체 기반의 저장장치)가 인기를 끌면서, 하드디스크는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종종 나오곤 한다. 물론 SSD의 빠른 속도는 매력적이며, 본 기자 역시 하드디스크가 언젠가는 SSD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 자체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가 언제 실현될지가 문제다.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SSD는 같은 용량의 하드디스크에 비해 10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씨게이트의 뉴 바라쿠다 3TB는 대용량을 제공하면서 속도 면에서도 이젠 제품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하드디스크 진영의 노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한동안은 하드디스크가 PC 구성품의 기본 항목에서 사라질 일은 없을 것 같다. 하드디스크는 아직 죽지 않았다.
참고로 IT동아에서는 씨게이트와 함께 뉴 바라쿠다 3TB의 체험단을 모집하고 있다. 모집 기간은 1월 26일부터 2월 9일까지이며, 체험단 선정자에게는 사용후기 작성 후 제품이 증정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IT동아 이벤트 페이지(http://it.donga.com/event/8053/)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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