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노트북이 움직이고 있다. 2012년은 노트북이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장비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겉모습부터 시작해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까지 구석구석 뜯어고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동안 노트북은 얼마나 ‘모바일’했을까. 앞으로 노트북은 얼마나 더 ‘모바일’해질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지핀 불씨
기술은 발전하기 마련이지만, 노트북이 변신을 시도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가 새 시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모바일 기기는 화면 크기가 작다는 점과 PC에서 구동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앱)을 똑같이 구동할 수 없다는 점 등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 시장은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시장 크기를 키웠다.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팔린 스마트폰 개수는 4억8천만대 규모로 4억1천만대가 팔려나간 PC 시장을 앞질렀다. 안드로이드폰이 2억3천만대 팔려나갔으니, 노트북과 넷북 판매량을 더한 것보다 더 많이 팔려나간 셈이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트북 시장 성장곡선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넷북 판매량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가 2012년 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과 비교해 전세계 넷북 판매량은 25%나 감소했다.
모바일 기기 전성시대나 다름없다. 노트북으로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기존의 두께와 무게로는 모바일 기기의 시장 잠식을 넋 놓고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사용자 경험도 노트북이 갖춰야 할 덕목이 됐다.
하드웨어 변신으로 마름질
노트북의 하드웨어 변화는 노트북이 모바일 기기로 변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다. 인텔은 지난 2011년 5월, 대만 PC 제조업체 아수스와 함께 처음으로 ‘울트라북’을 소개했다. 울트라북은 인텔의 2세대 인텔코어 샌디브릿지 프로세서를 이용한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새 노트북 플랫폼이다.
인텔이 발표한 울트라북을 보면 노트북의 하드웨어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 수 있다. 울트라북은 일반적으로 두께 20mm, 무게 1.5kg 이하로 디자인된다. 지금까지 출시된 울트라북 중 가장 얇은 제품의 두께는 15mm 수준이고, 가장 가벼운 제품의 무게도 1.09kg에 지나지 않는다. 얇고 가벼워졌으니 더 쉽게 갖고 다닐 수 있게 됐다.
새 그릇에 새 기술도 담았다. 울트라북이라는 새 그릇에 담긴 기술을 살펴보면 모바일 기기의 사용자경험을 노트북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인텔의 ‘레피드 스타트’ 기술이 대표적이다. 울트라북은 대기모드에서 다시 작업할 수 있는 윈도우로 빠져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5초 이내로 단축했다. 모바일 기기가 그러하듯, 울트라북 역시 전원을 끌 필요 없이 대기모드로 가지고 다니면서 빠르게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마트 커넥트’ 기술도 울트라북의 중요한 모바일 특징이다. 대기상태에서도 콘텐츠를 판올림 하거나 e메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메시지 등을 계속 받아볼 수 있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익숙한 사용자가 환영할만한 변화다.
운영체제 통합으로 박음질
새 하드웨어와 새 기술이 노트북을 모바일 시대로 이끄는 단기적인 변화라면, 운영체제 통합은 장기적인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우8′과 애플의 ‘OS X’이 미래 노트북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
윈도우8은 기존 x86 기반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ARM 코어에 기반을 둔 SoC에서도 구동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텔이나 AMD가 만든 CPU로 구동되는 노트북뿐만 아니라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도 탑재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바일 기기, 특히 태블릿 PC의 터치 조작에 최적화된 사용자경험도 윈도우8의 운영체제 통합을 전략을 잘 말해준다. 윈도우8에는 사각형 타일로 대표되는 ‘메트로UI’가 적용됐다. MS는 PC 환경을 모바일 기기까지 확장하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운영체제 통합 전략도 일찌감치 청사진을 내놨다. 2011년 7월 발표된 ‘OS X 라이언’부터 지난 2월20일 공개된 ‘OS X 마운틴 라이언’으로 이어지는 변화 모습을 살펴보면 애플의 통합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애플은 OS X 라이언에서 맥 컴퓨터에 설치된 모든 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런치패드’ 기능을 도입했다. 페이지 스크롤 방법을 개선하는 등 사용자조작환경(UI)부터 변신을 시도했다. 마운틴 라이언에서는 iOS에서 이용할 수 있었던 앱을 도입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이메시지나 아이클라우,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 알림센터, 리마인더 등 iOS5 판올림 때 중점적으로 소개된 기능이 마운틴 라이언에 포함됐다. 맥 컴퓨터를 쓸 때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잠시 잊어도 좋다. OS X 마운틴 라이언은 그만큼 모바일 기기와 동화된 모양새다.
노트북은 군살을 빼고, 새 기술을 올렸다. 운영체제도 모바일 기기와 한 걸음 가까워졌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열어젖힌 모바일 컴퓨팅 시장에 노트북이 끼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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