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1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2′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7.7인치 크기 태블릿 PC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크기의 모바일 기기를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화면 크기가 정해진 한 종류의 제품을 만드는 애플과 비교되는 행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일까.
우선 삼성전자가 현재 시장에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인 모바일 기기 화면 크기를 작은 것부터 나열해보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3.2인치 ‘갤럭시미니2′를 시작으로 3.5인치와 3.7인치, 3.8인치, 4인치, 4.3인치, 4.7인치, 5.3인치 크기까지 스마트폰 제품군이 구성돼 있다.
태블릿 PC 제품군의 화면 크기를 보자. 다행히 스마트폰 제품군보다는 화면 크기가 다양하지 않다. 7인치와 7.7인치, 8.9인치, 10.1인치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합치면 총 12종이다. 6인치급 크기만 빼고 모든 크기의 모바일 기기를 갖춘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처음으로 7인치 ‘갤럭시탭’을 출시했다. 2011년 1분기에는 ‘78910′이라는 광고문구를 이용해 이 숫자에 해당하는 다양한 태블릿 PC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에 이유가 있을까. 사용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크기만 다른 붕어빵 전략
문제는 다양한 크기의 제품군을 갖췄지만, 그 어떤 크기의 태블릿 PC도 제대로 된 선택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가 2012년 2월 발표한 자료를 보자.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4분기에 판매한 ‘갤럭시탭’ 시리즈 대수는 총 210만대 수준이다. 이전 분기인 2011년 3분기 판매량 180만대와 비교해 소폭 올라갔지만, 전체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2011년 4분기에 출시된 아마존 ‘킨들 파이어’에 밀렸기 때문이다.
킨들 파이어는 출시된 직후 3개월여 만에 390만대가 팔려나갔다. 2011년 4분기 기준 전체 태블릿 PC 시장에서 아마존은 14%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8%로 지난 분기보다 3%가량 떨어졌다. 애플을 제외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제조업체 중 아마존이 1위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크기만 다를 뿐 별다른 특징이 없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MWC 2012에서 공개한 두 종류의 태블릿 PC를 살펴보자. 갤럭시탭2(7.0)와 갤럭시탭2(10.1)이다.
두 제품 모두 안드로이드4.0(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을 운영체제로 탑재했다. 리더스허브나 뮤직허브 등 콘텐츠 구성도 모두 같다. 크기만 다른 붕어빵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붕어빵 속에 팥 대신 슈크림을 넣거나 야채 붕어빵을 만들어 팔지 않는 이상 제품에 차별화를 줄 수 없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생산 능력만 놀라울 뿐이다. 마치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로쉬까’를 보는 기분이다.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1′
‘갤럭시노트10.1′은 솔깃
도토리 키재기를 보는 듯한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 제품군 중 유독 눈에 띄는 제품이 있다. 이번 MWC 2012에서 공개한 ‘갤럭시노트10.1′이다. 갤럭시노트10.1은 기존 5.3인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의 ‘S펜’ 기능과 갤럭시탭10.1인치의 화면 크기를 접목한 제품이다. 화면 크기에 걸맞게 S펜 길이도 더 길게 디자인했고, 수학 공식이나 도형 모양을 바로잡아주는 ‘S노트’ 기능도 추가됐다.
무엇보다 큰 화면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멀티스크린 기능을 탑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화면 한쪽에선 동영상 강의를 보면서 다른 한쪽 화면을 이용해 필기할 수 있다. 업무현장이나 교육현장에서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10.1은 팥 붕어빵 일색인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 중 유일한 슈크림 붕어빵인 셈이다. 사용자는 이제 진짜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필기 기능이 필요 없다면 갤럭시탭2(10.1), 필기 기능이 필요한 사용자는 갤럭시노트10.1을 선택할 수 있다.
(사진 : http://www.flickr.com/photos/tromal/6901848291.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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