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만 해도 PC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모뎀(modem)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모뎀은 전화선을 통해 전송되는 아날로그 신호를 받아들인 후, 이를 PC에서 인식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컴퓨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을 했다는 의미다.
2000년대 들어 통신 속도가 10~100Mbps에 이르는 초고속인터넷이 대거 보급되면서 최대 통신 속도가 56kbps 정도에 불과한 모뎀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모뎀 접속은 전화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 급히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간간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2011년 현재 출시되는 PC 중에서 모뎀을 갖춘 제품은 거의 없다(노트북은 더러 있다). 그리고 달리는 차량이나 기차 안에서 노트북을 이용하고자 하는 등의 주변에 전화선을 찾을 수 없는 경우라면 혹시나 모뎀이 있다 하더라도 역시나 이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럴 때 휴대전화를 PC와 연결하여 모뎀처럼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는 전국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하며, 내부적으로 PC용 모뎀과 같이 신호 변환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휴대전화(특히 스마트폰)를 모뎀으로 이용해 PC와 같은 외부기기가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을 ‘테더링(Tethering)’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테더링 기능은 휴대전화라면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제조사에 따라 일부 예외도 있다. 2G(1996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2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휴대전화의 경우, 통신 속도가 14.4~64kbps에 불과했기 때문에 원활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 테더링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반면, 2002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3G(3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휴대전화는 통신 속도가 144k ~2.4Mbps에 이를 정도로 빨라져, 3G 휴대전화가 출시된 이후부터 테더링 기능을 활용하는 사용자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보급은 테더링 기능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스마트폰은 충전이나 데이터 파일 전송을 위해 PC와 연결하는 일이 잦으며, 제조사에서도 자사 제품의 다양한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테더링 기능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iOS’ 운영체제를 탑재한 아이폰 시리즈, 그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LG전자 ‘옵티머스’ 시리즈 등)이 테더링 기능을 갖춘 대표적인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 iOS의 경우, 2009년 6월에 발표된 3.0 버전부터 USB 및 블루투스 접속에 의한 테더링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2011년 2월에 발표된 4.25 버전부터는 와이파이(Wi-Fi: 무선 랜)를 통한 테더링도 가능해졌다. 다만 2011년 5월 현재, 같은 iOS 4.25 이상의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더라도 ‘아이폰 3GS’에서는 USB와 블루투스 테더링만 가능하며, 이보다 신형인 ‘아이폰 4’이 와이파이 테더링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삼성전자의 ‘갤럭시 S’와 같이 2.1(에클레어) 버전에서도 테더링 기능을 독자적으로 구현한 제품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테더링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5월에 발표된 2.2(프로요) 버전부터다. 따라서 2.2 버전 이상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은 기본적으로 USB 및 와이파이를 통한 테더링 기능을 쓸 수 있다. 그리고 블루투스를 통한 의한 테더링은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지원하지 않는다(2011년 5월 현재).
가장 기초적인 테더링 형태는 케이블로 휴대전화와 PC를 연결하여 구현하는 유선 방식이다. 무선 방식의 테더링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신 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예전에는 직렬(시리얼) 방식 케이블을 쓰기도 했지만, 2000년대부터는 USB 케이블을 쓰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USB 케이블로 휴대전화와 PC와 연결하면 PC에서는 이 휴대전화를 무선 모뎀으로 인식하게 된다(최초 연결 시에는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드라이버(driver: 특정 하드웨어를 사용하기 위한 기본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 있다).
그 후 휴대전화 내에서 USB 테더링 메뉴를 활성화 시켜주면, 연결된 PC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일반 피처폰의 경우에는 USB 테더링 시에 전화 접속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통신사의 전화 접속 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연결할 경우에는 USB 테더링 메뉴를 활성화 시켜줌과 동시에 자동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므로 한결 간편하고 수월하다.
USB를 통한 유선 테더링은 통신 속도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별도의 케이블이 필요하고 1대의 기기만 인터넷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통한 무선 테더링 기능을 사용하면 케이블이 필요 없어 편리하며, 특히 와이파이 테더링의 경우는 동시에 여러 대의 기기로 인터넷 공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널리 쓰이고 있다.
와이파이 테더링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휴대전화, 그리고 와이파이 무선 랜 카드를 갖춘 외부기기(예: 노트북 등)가 필요하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이라면 테더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내에서 와이파이 테더링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그때부터 휴대전화 주변에 있는 기기들이 와이파이 접속을 할 수 있는 핫스팟(hot spot: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구역)이 생성된다.
간단히 말해 와이파이 테더링 기능을 활성화시킨 휴대전화는 그때부터 무선 인터넷 공유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에 있는 노트북 등에서 무선 인터넷 관리 프로그램을 실행, 무선 인터넷 공유기에 접속하듯이, 휴대전화의 와이파이 신호를 검색하여 이를 선택하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 와이파이 테더링 시, 이론적으로는 10대 이상의 기기에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크게 저하되므로 제조사에서 5대 정도로 동시 접속 기기의 수를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테더링 기능을 활용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러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2G, 3G 등의 휴대전화 통신망에 의존하다 보니 아무래도 초고속 인터넷에 비하면 통신 속도가 확연히 느리다. 특히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등을 이용한 무선 테더링의 경우에는 케이블로 직접 연결된 USB 테더링에 비해 절반 정도의 속도밖에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사용 패킷(packet: 데이터의 전송 단위)량에 비례해 사용 요금이 책정되므로 과도하게 이용하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테더링 이용 시에는 현재 사용중인 휴대전화가 데이터 정액제나 할인 프로그램에 가입되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