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Game)이라는 것은 거의 필수적으로 ‘경쟁’의 요소가 들어가기 마련이고, 이는 컴퓨터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여러 컴퓨터 게임 장르 중에서도 경쟁의 요소를 가장 극대화한 것이라면 역시 ‘레이싱 게임(Racing Game)’을 꼽을 수 있다. 레이싱 게임은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같은 차량을 조종해 순위 싸움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형태다. 물론 말이나 비행기, 혹은 사람이 직접 달리며 경쟁을 하는 레이싱 게임도 있지만 차량을 이용한 게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레이싱 게임을 드라이빙(Driving: 운전) 게임으로 부르기도 한다.
레이싱 게임은 차량을 이용하고, 실제로 조작하며, 실존하는 레이싱 리그를 재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스포츠 게임, 혹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액션 게임의 하위 장르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렇게 장르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은 레이싱 게임뿐 아니라 컴퓨터 게임 전반의 현상이기 때문에 편의상 상당수의 게임 전문가들은 차량 조작을 위주로 플레이하는 게임 전반을 레이싱 게임이라는 독립 장르로 분류하곤 한다.
최초의 레이싱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일단 ‘레이싱’이라는 형태를 처음 도입한 게임은 1973년에 아타리(Atari)사에서 발표한 ‘스페이스 레이스(Space Race)’다. 조이스틱으로 우주선을 조작해 장애물을 피하며 상대방보다 먼저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넓게 보면 레이싱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차량이 등장하지 않고 그래픽이 매우 단순한데다 조작도 단조로워서 본격적인 레이싱 게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본격적인 레이싱 게임은 1974년에 처음 등장했다. 이 해에는 아타리의 ‘그란 트랙 10(Gran Trak 10)’과 타이토(Taito)의 ‘스피드 레이스(Speed Race)’라는 레이싱 게임이 등장했다. 이 두 게임은 스티어링 휠(핸들)과 페달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스피드 레이스는 화면이 상하로 빠르게 스크롤(진행) 되면서 자동차를 조종해 라이벌들을 추월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어 현대적인 의미의 첫 번째 레이싱 게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1976년에는 좀 더 실감 나는 레이싱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시점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기울어진 지면을 표현해 입체감을 높인 레이싱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게임이 이 해에 등장한 세가(Sega)의 ‘모터크로스(Moto-Cross)’와 아타리의 ‘나이트 드라이버(Night Driver)’다. 특히 모터크로스는 최초의 3인칭 시점 레이싱 게임, 그리고 나이트 드라이버는 최초의 1인칭 시점 레이싱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터크로스나 나이트 드라이버와 같은 1인칭, 3인칭 시점의 레이싱 게임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그래픽은 2D(2차원)의 도트(점)로 구성되어 있었고, 여기에 약간의 눈속임을 가해 입체감을 높인 것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본격적인 3D(3차원)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폴리곤(polygon: 입체 다각형)의 사용이 필수였지만, 당시의 기술력이나 하드웨어 성능으로는 폴리곤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1979년에 출시된 벡터빔(Vectorbeam)의 ‘스피드 프리크(Speed Freak)’같은 게임에서 폴리곤의 전 단계인 와이어프레임(wire-frame: 선으로 이루어진 도형)을 사용해 나름 입체감 있는 화면을 구현하고자 했지만 워낙 그래픽이 단순해서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했다.
폴리곤을 사용한 본격적인 3D 그래픽의 레이싱 게임은 1988년을 즈음해 나왔다. 아타리의 ‘하드 드라이빈(Hard Drivin)’과 남코(Namco)의 ‘위닝 런(Winning Run)’이 그것이다. 다만, 하드 드라이빈과 위닝 런 중 어느 쪽이 최초의 3D 폴리곤 레이싱 게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곤 한다. 게임의 발표 시기는 하드 드라이빈이 먼저였지만 시장 출시는 위닝 런이 더 빨랐기 때문. 위닝 런은 1988년, 하드 드라이빈은 1989년에 출시되었다. 레이싱 게임이 최신 그래픽 기술의 시험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그리고 1992년에는 3D 폴리곤의 이점을 살려 레이싱 중에 시점을 자유롭게 변경하며 플레이가 가능한 세가의 ‘버추어 레이싱(Virtua Racing)’이 출시되었다. 버추어 레이싱의 출시 이후부터 레이싱 게임에 3D 폴리곤의 도입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화면 구성이나 조작법 등도 어느 정도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게임 개발사들은 화질이나 화면의 질감을 향상시켜 보다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을 추구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튜닝이나 아이템 사용 등의 레이싱 자체 외의 즐길 거리를 중시하는 레이싱 게임도 다수 출시되기 시작했다.
2012년 현재 출시되는 레이싱 게임들은 3D 폴리곤 기반 그래픽을 사용하고 시점 변환이 자유로운 경우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게임의 목적이나 조작법, 그리고 진행 방법에 있어서는 차별화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레이싱 게임보다는 액션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까운 경우도 많아 장르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지향점을 따져보면 몇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가장 오래되었고 또 가장 많이 나온 레이싱 게임이다. 속도감을 가장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며, 얼핏 현실적으로 보이면서도 달리는 즐거움 외에 방해될만한 요소는 철저하게 배제하므로 조작법이나 차량의 움직임, 그리고 코스의 구성 면에서는 비현실적인 면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실존하는 차량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보다는 가상의 차량이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세가의 ‘아웃런(OutRun)’이나 EA의 ‘니드 포 스피드(Need For Speed)’, 혹은 남코의 ‘릿지레이서(Ridge Racer)’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게임 제작 기술 및 하드웨어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레이싱 게임의 한 종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Driving Simulator)나, 심 레이싱(Sim Rac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픽은 물론, 차량의 조작이나 움직임, 그리고 코스의 구성 등을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속도감이 떨어지는 편이고 조작도 복잡한 편이라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지만,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고 실존 차량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튜닝(tuning)과 같은 부가적인 요소까지 재현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게이머들보다는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소니의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포르자 모터스포츠(Forza Motorsport)’ 등이 대표작이다.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게임과 정반대되는 지향점을 가진 게임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교통 법규나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 중에 무기나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충돌을 해서 상대방 차량을 공격하는 게임이 많기 때문에 배틀 레이싱(Battle Racing) 게임으로 부르기도 하며, 정해진 코스를 달리기보단 점프나 드리프트와 같은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해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게임의 목적인 경우도 있다.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카트(Super Mario Kart)’, 세가의 ‘크레이지 택시(Crazy Taxi)’, 크라이테리온의 ‘번아웃(Burnout)’ 등이 대표적인 드라이빙 액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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