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PC시장의 중심은 데스크탑에서 노트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8년부터, 한국은 2010년부터 노트북의 출하량이 데스크탑을 넘었다. 노트북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제품군 역시 세분화 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화면의 크기나 탑재된 프로세서의 성능에 따라 노트북이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 용도의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 몇 가지의 제품군으로 노트북은 나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넷북(Netbook)’이 대표적인 예다.
노트북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데스크탑과 달리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트북에는 데스크탑에 비해 한층 소형화, 경량화된 부품을 사용해야 하며, 일부 부품은 아예 생략되기도 한다. 그리고 배터리 사용시간을 높이기 위해 소비 전력 역시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성능 및 기능의 저하를 부를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크기에서 높은 성능을 내고, 여기에 소비 전력까지 적은 정밀도가 높은 부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우엔 가격이 껑충 뛰어버릴 수 밖에 없다.
데스크탑의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소비자들은 이미 데스크탑을 가진 상태에서 이를 보조할 목적의 이른바 ‘세컨드 PC’로서의 노트북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노트북은 기본적으로 데스크탑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아 구매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고성능은 아니지만 인터넷과 같은 기본적인 작업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으며, 높은 휴대성과 싼 가격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소형 노트북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2008년, 대표적인 CPU(중앙처리장치) 업체인 인텔(Intel)은 신형 CPU인 ‘아톰(Atom)’을 발표했다. 아톰은 성능 보다는 작은 크기와 낮은 가격, 그리고 높은 전력 효율성을 강조한 저전력 CPU로, 모바일 기기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되었다. 그리고 아톰을 발표하면서 함께 제시된 저가의 소형 노트북 규격이 바로 넷북이다.
다만 최초의 본격적인 넷북은 인텔이 아톰을 발표하기 1년 전인 2007년에 대만의 아수스(Asus)사가 출시한 ‘EeePC’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EeePC의 첫 번째 모델인 700 시리즈는 인텔의 저가형 CPU인 셀러론(Celeron)과 800 x 480 해상도의 7인치 LCD를 탑재한 초소형 노트북으로, 무게가 920g에 불과해 휴대성이 높은데다 가격도 300달러 정도로 저렴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EeePC의 출시와 인텔 아톰의 발표 이후 HP, 델, 삼성, 에이서와 같은 다른 PC 제조사에서도 아톰을 탑재한 넷북을 다수 출시하기 시작하며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인텔 외의 다른 CPU 업체들도 아톰과 유사한 개념의 저전력 CPU를 내놓아 넷북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비아(VIA)의 ‘C7-M(2008년)’, AMD의 ‘애슬론 네오(Athlon Neo, 2009년)’가 대표적인 모델들이다.
참고로 인텔에서 2008년에 넷북이라는 규격을 발표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96년에 영국의 사이온(PSION)사에서 넷북(Netbook)이라는 상표를 이미 등록한 상태였다. 사이온은 인텔을 상표 도용 혐의로 제소했고, 이 때문에 각 제조사들은 한동안 넷북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고 대신 ‘미니 노트북’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6월에 양사의 합의에 의해 사이온이 넷북이라는 상표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발표, 이후부터는 넷북이라는 이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