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정 기자 iam@zdnet.co.kr 2012.05.01 / AM 08:32
“카카오톡이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지. 사람들이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을 잊어버렸나 보다.”
지난 주말 갑작스런 카카오톡 불통 사태를 접한 한 누리꾼의 반응이다. 예고 없는 장시간 서비스 장애에 이용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면서도 일개 애플리케이션이 가지는 엄청난 영향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28일 오후 2시50분부터 7시경까지 4시간 가량 서비스 긴급점검이 이어지는 동안 카카오톡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지켰고 주말 저녁 지상파 뉴스에까지 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사고로 카카오톡이 명실상부한 국민 서비스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확실해진 셈이다. 카카오톡은 출시 2년 만에 4천만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며 사실상 문자메시지 수요를 대체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스토리, 게임센터, 플러스 친구 등 서비스를 늘려가며 모바일 플랫폼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이루면서 예상치 않은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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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터넷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사고에 대비해 IDC를 분산 운영하거나 별도의 백업 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정 IDC에서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대체 서비스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LG CNS의 IDC에 모든 서버를 배치하면서 사고 대응이 늦어졌다. 서버를 분산 배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운영상의 어려움과 비용부담 등의 이유가 크다.
물론 이러한 전력사고가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 아닌 만큼 “서버를 분산하지 않아 이런 사고가 생겼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 있다. “대형 인터넷 기업도 처음부터 분산 서버를 갖춘 것은 아니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갓 두 돌을 넘긴 신생 서비스 카카오톡과 직원 160여명에 불과한 벤처기업 카카오에게 이런 비판은 억울한 측면이 클 테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4천2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초대형 플랫폼으로 엄청난 사회적 파급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카오톡은 늘어나는 사용량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예산을 투입해서 분산처리 시스템을 갖춰야 했지만 이용자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서버 과부하로 송수신 장애가 종종 발생해왔고 이번 장애로 본의 아니게 여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부작용은 또 있다. 최근 카카오톡의 인기에 편승해 하나둘 나타나는 신종 사기 수법도 쉽게 넘길 일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카카오톡에서 상대방이 나를 차단했는지 여부를 알려준다며 회원가입을 유도해 휴대폰 소액결제로 돈을 빼가는 일명 ‘배신자톡(BaesinTok)’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카오톡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으로 위장해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사례나 카카오톡을 이용한 피싱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많은 이용자가 대중적으로 쓰는 서비스가 장시간 불통되거나 이로 인한 사기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회적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에 대한 카카오톡의 대응은 아직까지 미숙한 점이 많다. 카카오톡이 부작용에 대한 준비 없이 압축 성장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이만큼 높아졌는데 신생 인터넷 기업에 잣대를 들이대달라고 양해를 구할 수도 없게 됐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도 강도 높은 주의가 요구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신종 사기수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디지털 문화에 적응이 덜 된 40~50대의 경우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 전문가는 “사고를 계기로 숨을 한 번 고르면서 이런 부작용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보완해나가야 할 때”라며 “이용자들도 더 이상 카카오톡이 완전 무결하다고 생각하고 쓰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고가 반복될 경우 이용자들은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카카오톡 장애 한 번에 네이버 라인이나 틱톡 등 유사 서비스가 수혜를 봤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금 당장은 카카오톡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다음 마이피플, 네이버 라인, 최근 SK플래닛에 매각된 틱톡 등이 대항마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만도 유사한 서비스가 10개가 훌쩍 넘어간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단순한 반사이익을 노리거나 카카오톡과 차별화 된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지만 카카오톡의 실패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착실히 포스트 카카오톡 시대를 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번 장애를 지켜본 한 트위터리안은 “온라인 고객은 항시 원클릭 어웨이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용자들은 서비스가 조금만 불편하거나 업데이트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금방 다른 서비스로 옮겨간다. 그렇게 ‘한방에 훅 간’ 서비스를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어느새 국민기업화 된 카카오톡은 물론 사용자들까지 숨 한번 고르고 옆과 뒤를 찬찬히 돌아봐야할 시점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