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연례 투자자 행사에서 한 말이다. 앞으로 인텔이 펼칠 모바일 프로세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텔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리즈에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공급해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를 제외한 제품에 인텔이 만든 프로세서를 쓰고 있다. 맥북과 맥 컴퓨터 제품군이다. 예컨대 휴대용 맥북 시리즈에는 2세대 인텔 코어 샌디브릿지 프로세서가 탑재돼 있다. 인텔이 지난 4월 3세대 인텔 코어 아이비 브릿지 프로세서를 발표했고, 애플의 새 맥북 시리즈도 아이비 브릿지를 탑재해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리즈에 인텔의 x86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가 아닌 ARM 기반 SoC를 탑재하고 있다. A5 칩이 대표적이다. A5는 ARM 코어텍스-A9에 기반을 둔 저전력 모바일 프로세서다. 애플의 모바일 기기뿐만이 아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가 ARM 코어텍스-A9 디자인에 기반을 둔 모바일 프로세서를 쓰고 있다.
인텔은 2008년부터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을 전개해 왔다. 2010년엔 인텔이 생산한 첫 모바일 프로세서 ‘무어스타운’이 공개됐지만, 실제 제품에 탑재되지는 못했다. 전력 사용량이 ARM 기반 칩과 비교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인텔로서는 실패였다.
무어스타운 이후 인텔은 2012년 ‘메드필드’ 시리즈를 공개했다. 메드필드는 실제 제품에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인텔 저전력 아톰 아키텍처에 기반을 둔 Z2460이 인도 제조업체 라바 인터네셔널이 만든 스마트폰 ‘솔로(Xolo X900)’에 적용돼 인도와 전세계 시장에 출시됐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올해 말께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얹은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고, 중국의 레노버와 ZTE 등도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시제품도 만들지 못한 무어스타운과 비교하면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치른 셈이다.
폴 오텔리니 CEO는 “1년 전만 해도 인텔 직원을 제외하면 인텔이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인텔에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 목표가 몇이냐고 물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폴 오텔리니 CEO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텔의 자신감의 앞선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나온다. 인텔이 처음으로 실제 제품에 탑재한 Z2460은 32nm 공정이 적용된 제품이다. 인텔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2014년까지 14nm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미세공정을 줄이면 전력 사용량을 낮추면서도 성능은 높일 수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은 곧 경쟁력이다. 현재 일부 ‘아이패드2′ 제품에 32nm 공정이 적용된 A5 칩이 탑재되고 있지만, 기본은 45nm 공정이 적용된 모바일 프로세서다. ARM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 제조업체는 올해 안으로 28nm 공정이 적용된 제품을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인텔과 비교해 한 세대 정도 뒤처진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벨 인텔 모바일 및 커뮤니케이션그룹 공동 대표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크기와 베터리 성능이 더 좋아질수록 좋은 성능을 낸다”라며 “이것이 우리가 가진 근본적인 우위”라고 말했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가 애플 제품에 탑재될 수 있느냐다.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가 애플 제품에 탑재되면 ARM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의 모바일시장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구애에 애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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