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왔을 때, 괜스레 마음 한편이 불안해지는 않는가. 행여 급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아닌지, 답해줘야 할 긴급한 문자메시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회사선 사정이 달라진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게 더 불안하다. 업무상 전화와 문자메시지라 하더라도 눈치가 보인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남들 눈에는 노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직장인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기기 화면을 PC로 스트리밍해서 보여주는 앱을 개발한 회사가 있다. 원격지원 솔루션 전문업체인 알서포트가 PC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불러들일 수 있는 ‘모비즌’이라는 앱을 출시했다. 알서포트는 모비즌을 지난 2월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선보인 뒤, 이번에 ‘시험’ 딱지를 달고 안드로이드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에 정식 출시했다.
모비즌은 내 PC에서 내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된 스마트폰 화면을 PC로 불러와 스마트폰 내 모든 기능과 저장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불러오는 덕분이다.
“업무 중에 폰을 들고 있으면 딴짓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 직장인들을 위해, 컴퓨터에서 눈치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왠지 재미있는 제품이 될 것 같았거든요.”
알서포트의 기획자와 개발자들은 이 앱을 개발하면 모바일 관련 앱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시연 용도로, 스마트폰이 고장났을 때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생각은 적중했고, 누리꾼 반응도 좋다. 구글 플레이에 5월16일 출시된 이후 3일 만에 다운로드수 1천회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 급상승 앱으로 자리 잡았다. 무료인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현재로서는 이 앱을 유료화할 생각이 없다”라고 밝혀 많은 이용자들이 찾아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모비즌 앱 사용법은 단순하다. 먼저 구글플레이나 삼성앱스에서 모비즌 앱을 내려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한다. PC에선 모비즌 홈페이지로 접속해 모비즌 뷰어를 다운로드해 설치한다. 이제 스마트폰에서 모비즌 앱을 실행해 원격지원에 쓰일 이메일 아이디과 암호를 정한다. 아이디와 암호는 PC에서 모바일 기기를 제어하기 위한 일종의 열쇠 역할을 한다.
그 뒤 설정을 눌러 USB, 3G, 와이파이(Wi-Fi) 방식 중 하나를 골라 스마트폰과 PC를 연결하면 된다. 세 방식 모두 선택해도 상관없다. ‘모비즌 뷰어’가 알아서 최적화된 방식으로 PC에서 기기를 인식해 연결한다.
준비가 끝났으면 이제 PC서 스마트폰을 불러볼 차례다. 이메일 주소와 암호를 입력하면 PC와 스마트폰이 연결된다. 간단하다.
PC 화면에 연결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기기 바탕화면이 보인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통해 PC서 스마트폰 화면을 제어할 수 있다. 실행중인 앱을 살피거나, 아이콘 이동, 앱 종료 등 뭐든 할 수 있다. 소리 크기도 모비즌 뷰어 좌측에 위치한 볼륨 버튼으로 조정하면 된다.
PC 화면에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앵그리버드 스페이스’ 앱을 실행해봤다. 화면이 자동으로 가로로 전환된다.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클릭한 채 화면 밖에서 가운데로 이동하면 ‘축소’, 화면 가운데서 밖으로 이동하면 ‘확대’된다. 확대·축소 기능은 USB 모드로 연결했을 때만 이용할 수 있다. 최재원 과장은 “네트워크로 기기를 제어하려면 무선 엔진이 필요한데, 아직 제조사 승인을 얻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도 PC 화면에 띄워 이용할 수 있다. PC에서 카카오톡을 편법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시스템 설정을 바꿔야 하고, 그 결과 저장된 대화목록이 사라지는 등 적지 않은 불편함이 있었다. 모비즌을 이용하면 설정을 바꾸거나 정보를 잃어버릴 위험 없이 스마트폰 카카오톡 앱을 PC 화면에 띄워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메시지 전송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도착한 메시지를 PC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앱 화면을 캡처하거나, 캡처한 화면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모비즌 뷰 상단 화살표를 클릭하면 카메라, 녹화, 그리기, 파일전송, 설정 아이콘이 등장한다. 여기서 카메라 버튼을 클릭하면 지금 PC서 보이는 모바일 화면을 캡처한다. 녹화 버튼을 클릭하면 PC 화면에 뜬 모바일 화면을 영상으로 저장한다.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은 기기와 PC에 동시에 저장된다. 저장되는 폴더는 설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격으로 스마트폰을 제어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 보이는 화면을 캡쳐할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 앱을 실행해 PC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CCTV처럼 쓰는 식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 사진, 동영상 같은 파일이나 폴더는 마우스로 끌어다 PC로 손쉽게 옮길 수 있다. ‘파일전송’ 아이콘을 클릭한 뒤 보이는 폴더와 파일 중 하나를 선택하 드래그앤드롭해 바탕화면으로 옮겨놓으면 해당 파일이 PC로 복사된다. 연락처와 SMS, 음악, 사진, 동영상 백업과 복원 기능도 지원한다.
모비즌은 스마트폰 전원이 켜져 있고 무선인터넷 환경만 지원하면 장소나 거리에 관계 없이 스마트폰에 접근할 수 있다. 기존에도 앱을 통해 PC에서 모바일 환경을 불러오는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이 있었지만, 모바일 기기 화면이 완벽히 지원되지는 않았다. 예컨대 블루스택 앱 플레이어는 모니터에 표시되는 화면 자체를 캡처해서 전송하는 ‘프레임 버퍼’ 방식만 지원한다. 이 경우 PC에서 모바일 기기 화면을 불러들일 순 있으나, 속도와 해상도 문제에 부딪힌다.
알서포트는 자체 실시간 화면 전송 기술인 ‘VR-VD’를 모비즌에 적용했다. VR-VD 기술은 키보드와 마우스 입력값 같은 화면의 변화값만을 드라이버 단에서 모바일 화면으로 전송한다. 이런 식으로 전송 패킷량을 줄여 저사양 환경에서도 부드럽게 고해상도 화면을 지원할 수 있다. 알서포트쪽은 “모바일 화면을 그대로 PC 화면으로 가져온 경우는 모비즌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모비즌 앱과 모비즌 뷰어는 아직 시험판인 만큼, 모든 안드로이드폰에서 돌아가지는 않는다. 모비즌 앱은 안드로이드 2.2 이상,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S2 HD, 갤럭시S2 HD LTE, 갤럭시 넥서스, 넥서스 원에 최적화됐다. 모비즌 뷰어는 윈도우 XP 이상의 운영체제에서만 실행된다. 그 외 기기와 운영체제에 한해서는 화면 제어가 완벽하지 않거나, 원격지원 연결이 안 될 수 있다.
모비즌은 3G와 와이파이에 관계 없이 스마트폰과 PC를 연결할 수 있지만, 3G망을 쓸 경우 데이터 사용량이 차감된다. 그러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용자가 아니라면 되도록 와이파이로 연결해 쓰는 게 좋겠다. LTE는 아직 지원하지 않지만, LTE폰에서 3G로 접속하면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최재원 과장은 “시험판에서 얻은 반응을 중심으로 6월 중순 선보이게 될 정식판에서는 보다 많은 안드로이드 기기와 태블릿도 지원하겠다”라며 “서로 다른 와이파이로도 원격 지원이 가능하거나, PC에서 여러대의 기기를 원격 지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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