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재판매(MVNO)사업자도 월 1만원 수준에 500메가바이트(MB)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값싼 통화료에 기존 이동통신사 일부 요금제와 같은 수준의 데이터량 제공이 가능해지면서 MVNO 가입자 확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부분 MVNO사업자인 KCT를 대상으로 한 도매대가 재산정에서 음성 1분당 54.17원·데이터 1MB당 21.52원·문자 1건당 8.81원이 도출됐다. 산술적으로 1만760원의 망 대가로 데이터 500MB 제공이 가능하다. 기존 1MB당 141원으로 500MB를 제공하려면 망 대가가 7만원이 넘었다.
가입자 위치 인식장치(HLR) 등 장비를 보유하지 않은 단순 MVNO사업자 아이즈비젼·유니컴즈의 데이터 도매대가는 1MB당 28.6원으로, 1만4000원 선에서 500MB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도매대가는 이통사의 전년 영업보고서를 바탕으로 개별 서비스 소매요금에 `회피가능비용`이 총소매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율(할인율)을 곱해 산정한다. 회피가능비용이란 영업·설비보유 비용 등을 이통사가 직접 부담하지 않으면서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다. 산정결과가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받아 확정되면 올해 도매거래에 모두 소급 적용된다.
데이터 도매대가가 대폭 낮아진 것은 3G 가입자 중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단위 데이터당 매출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롱텀에벌루션(LTE)으로 옮겨가지 않은 3G 가입자 가운데 대부분이 무제한요금제를 쓰고 있다. LTE 가입자는 대가산정 시 포함되지 않는다.
이통사로서는 1MB당 소매가가 떨어지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MVNO에 시장 상황에 맞는 도매대가로 제공하도록 돼 있는 산정방식상 어쩔 수 없이 싼값에 데이터를 판매해야 한다.
MVNO사업자들은 “그나마 `스마트폰 구색에 맞는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비싼 가격 탓에 부가서비스 형식으로 내놓았던 데이터요금제를 통신요금제 내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MVNO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MVNO에 무제한요금제를 선호하는 `헤비 유저`는 타깃이 아니다”며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텍스트 위주의 SNS를 간간히 사용하는 정도의 소비자에게는 소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매대가 인하 도미노 현상도 예상된다.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러한 도매대가를 내놓으면 도매대가 재협상을 진행 중인 KT는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통상 KT나 LG유플러스 등은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보다 낮은 가격의 도매대가를 내놓는다”며 “현재 SK텔레콤이 제출한 결과 검증을 완료한 단계며 수일 내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SK텔레콤 도매대가 재산정 결과(단위:원)
자료: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