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할 때 가격표를 살펴보면 같은 차종이라도 세부 기능에 따라 기본형, 중급형, 고급형 등의 여러 등급으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옵션’이라 하는 각종 부가장비를 얼마나 추가하느냐에 따라 차량의 총 가격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꼭 필요한 옵션 한 두 가지만 넣어 차량을 구매하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모든 옵션을 다 집어넣은 이른바 ‘풀옵션’의 구매하기도 한다.
풀옵션 차량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제조사가 강조하는 각종 편의 기능을 모자람 없이 체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보다 위급의 차량 못지 않은 편의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반떼’ 풀옵션 차량은 웬만한 ‘쏘나타’ 보다도 기능이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보다 기능이 향상된 새 차종이 나오더라도 그다지 꿀리는 느낌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풀옵션 차량의 장점이다.
그런데 사실 자동차가 아닌 PC에도 ‘풀옵션’의 의미에 가까운 제품이 있다. 이러한 이른바 풀옵션PC는 단순히 비싼 부품을 넣어 고성능을 추구하는 PC에 그치지 않고, 여러 작업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을 추구하면서, 향후 등장할 콘텐츠에도 대응하며 나중에 업그레이드를 하기에도 용이한 구성으로 되어있는 고효율, 다기능 PC를 의미한다. PC에 관심이 많은 매니아들이 선호하는 풀옵션PC용 구성품의 요건, 그리고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자. 참고로 각 제품의 가격은 2012년 6월 현재의 인터넷 최저가 기준이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완제품 PC는 이 정도로 자유롭게 내부 구성을 변경할 수 없으므로 아래 설명은 주로 조립 PC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는 점도 알아두자.
CPU(중앙처리장치)는 PC의 두뇌이며, 해당 PC의 전반적인 성능과 등급을 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당연히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CPU의 성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양은 클럭(동작속도)의 수치, 그리고 코어(CPU의 핵심 처리회로)의 수다. 클럭 수치가 높으면 단일 프로그램을 빠르게 구동할 수 있으며, 코어의 수가 많으면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할 때 원활한 처리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클럭 수치가 높은 CPU가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 들어 점차 코어의 수가 많은 CPU 쪽으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는 다중코어 CPU가 대중화됨과 동시에 프로그래밍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하나의 작업을 할 때도 여러 개의 코어를 동시에 사용해 처리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를 준비한다면 코어 수가 많은 CPU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 때 2012년 6월 현재 판매되고 있는 CPU 중에서 풀옵션PC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은 인텔의 코어 i7 3770K(398,000원)와 AMD의 FX 8,120(178,000원)이다. 인텔 코어 i7 3770K의 경우, 4개의 코어를 갖춘 ‘쿼드코어’ CPU지만 하나의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마치 8개의 코어를 갖춘 CPU와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하이퍼쓰레딩’ 기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AMD FX 8120은 실제로 8개의 코어를 갖춘 ‘옥타코어’ CPU다.
인텔 코어 i7 3770K이 클럭 수치도 높고 코어 당 성능도 더 우월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성능은 이 쪽이 단연 앞선다. 하지만 AMD FX 8120는 낮은 가격에 비해 대단히 많은 코어를 제공하며, 향후 다중코어 작업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많이 등장한다면 추가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절대적 고성능을 원한다면 인텔 코어 i7 3770K,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한다면 AMD FX 8120를 선택해 볼만 하다. 참고로 양 제품 모두 제조사에서 공인한 오버클러킹(CPU의 동작 속도를 기준치 이상으로 높임)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PC관련 지식이 많은 매니아라면 비교적 손쉽게 오버클러킹을 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