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빈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눈에 확 드러나는 성능 개선이다. 화면이 빨라졌다. 우습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성능을 가늠하는 것이 홈 스크린을 이리저리 넘겼을 때 얼마나 매끄럽게 넘어가느냐를 두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매끄럽게 움직이면 성능이 좋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아이폰과 비교되던 대목이고 급격한 하드웨어의 발전을 이끌어오기도 했다.
젤리빈 소개의 첫 꼭지가 바로 안드로이드를 매끄럽게 만들겠다는 ‘프로젝트 버터’다. 젤리빈은 CPU와 GPU가 힘을 합쳐 화면을 처리한다. 이는 프로세서 운영 정책을 크게 뜯어고쳤다는 이야기다. 젤리빈은 반응 속도를 높이고 스크롤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손이 터치스크린에 닿는 순간 CPU는 화면 처리에 모든 리소스를 집중하고 곧바로 GPU가 병렬로 돕기 때문에 OS의 모든 화면이 1초에 60프레임씩 뿌려진다. 그 동안 이용자들 사이에서 ‘홈 딜’ 등으로 불리던 멈칫거림이 사라지고 화면 반응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부분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ICS와 비교 영상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그간 안드로이드가 아이폰과 가장 비교됐던 부분이 바로 화면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었다. OS 기본적인 부분에 집중해서인지 그동안 속도에 대한 부분은 단말기 제조사에게 맡겨 왔다. 더 빠르고 더 많은 프로세서가 안드로이드에 필요했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그 어떤 부분보다도 단말기에 어떤 하드웨어가 들어가 있는지에 너무 큰 비중을 둬야 했다. 젤리빈은 그런 부분을 꽤 해소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갤럭시 넥서스 외에도 지금 보면 꽤 초라한 하드웨어를 갖고 있는 넥서스S와 첫 안드로이드 태블릿 모토로라 줌이 젤리빈 업그레이드 대상에 올라 있다는 것은 프로젝트 버터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간 고성능 단말기를 만들던 제조사들로서는 차별점의 한 부분을 잃은 셈이다.
입력방식도 개선됐다. 새 키보드는 학습 기능을 두어서 어떤 글자를 입력할지 예측한다. 시간을 두고 이용자의 습관을 읽고 그에 적응한다는 얘기인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따르지 않았지만 터치를 보정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버터와 더불어 화면 터치감에 대한 이질감이 크게 줄어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구글은 오히려 이 뒤의 오프라인 보이스 타이핑에 더 신경을 쓴다. 말 그대로 음성 인식에 인터넷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내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없다는 것은 속도가 빨라진다는 이야기로도 연결된다. 애플과 비교하면 시리보다 드래곤 딕테이션과 비슷한 기능인데 애플은 여기에도 인터넷을 이용해 정확도를 높이지만 구글은 인터넷 없이도 운영체제 안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과 클라우드 기반으로 가져가려는 구글의 움직임과 상반되기는 하고 언어가 추가될 때마다 늘어나는 용량도 걱정요소지만, 단순 받아쓰기로서는 옳은 판단으로 보인다. 영어를 우선적으로 시작하고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다른 언어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젤리빈은 태국어, 페르시아어, 힌두어 등 새로 18개 언어의 입출력이 지원된다. 안드로이드가 들어갈 새로운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알림기능도 개선됐다. 알림 화면에 뜬 부재중전화 항목을 누르면 바로 전화가 연결된다거나 e메일의 하일라이트를 보여주고, 캘린더에 입력된 약속 시간에 대해 ‘10분 뒤에 도착’ 등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도 있다. 알림 기능의 버전 2.0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구글와 애플의 지도 전쟁이 시작된 것은 지역 정보 검색이 앞으로 쏠쏠한 먹을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구글이 새로 선보이는 ‘구글 나우’는 내가 필요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교통정보, 대중교통 경로, 약속 장소, 여행지 등 단순 지리정보 외에도 교통 상황에 따라 약속 장소에 몇 시쯤 도착할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에 갈아타는 역에 열차가 언제 도착할지, 응원하는 팀의 야구 경기가 몇 시에 시작하는지 등 이용자의 취향과 지리 정보를 복합적으로 분석해준다. 애플의 시리와 직접 경쟁하게 될 기술이다.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에도 변화가 생긴다. 앱 외에도 동영상, TV 콘텐츠 대여는 물론 음악, 매거진 등이 구글 플레이 내에서 유통된다. 그렇다. 아이튠즈와 비슷하다. 이름을 마켓에서 플레이로 바꾼 시점부터 예상했던 일이지만 시작부터 디즈니, ABC, 파라마운트 등 셀 수 없이 많은 공급자들의 콘텐츠가 깔린다. 구글로서는 본격적인 콘텐츠 소비, 마케팅 판으로서의 스마트폰이 시작되는 셈이다. 그동안 콘텐츠 허브를 직접 운영하고자 했던 스마트폰 제조사들로서는 구글의 시장 진입에 웃기도 울기도 어려운 결정이다.
안드로이드4.1 젤리빈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는 운영체제다. 이제 제대로 버전4의 본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ICS까지는 운영체제 자체를 다져왔다면 젤리빈은 최적화와 서비스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많은 부분에서 애플을 벤치마크했다는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데모만으로도 큰 기대를 준다. 이제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폰은 하드웨어나 운영체제의 싸움이 아니라 콘텐츠와 서비스로 경쟁하게 된다. 젤리빈의 가장 큰 가치다.
젤리빈은 7월 중순 애초 알려졌던 갤럭시 넥서스 외에도 넥서스S, 모토로라 줌에 OTA 방식으로 업데이트된다. 다른 단말기들에 대한 정책은 나오지 않았는데, 제조사들로서는 이번 업데이트를 서두르지 않으면 그 어느 때보다 큰 원성을 들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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