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을 파격적인 가격에 드립니다. 오늘 이 구성, 다음부터는 볼 수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PC 운영체제 ‘윈도8’을 홈쇼핑 가격(?)에 내놓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XP’, ‘윈도비스타’, ‘윈도7’ 정품 사용자들에게 단돈 39.99달러(한화 약 4만 6,000원)에 ‘윈도8 Pro’를 제공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풀버전’과 ‘업그레이드 버전’을 동시에 내놓는 전략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행사는 5만 7,000~10만 원에 달했던 기존 업그레이드 행사에 비해 파격적인 할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이 행사는 전세계 131개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2013년 1월 31일에 종료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제값을 주고 사야 한다.
업그레이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다운로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공식 홈페이지(www.windows.com)에서 결제하고 ISO파일을 내려받은 후 USB나 DVD에 저장해서 설치하면 된다. 동일한 내용을 담은 패키지 버전을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69.99달러(한화 약 8만 원)에 구입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례없는 파격 행사를 단행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윈도8으로 갈아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0년 남짓 꿈쩍도 하지 않았던 윈도XP 사용자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이 보인다. 윈도XP는 최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지원하지 못하며, 보안성에서도 상당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 발표한 윈도XP 기술 지원 종료일은 2014년 4월. 교체비용이 많이 들고 적응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업그레이드를 미뤘던 국내 기업들도 ‘이제 바꿀 때가 됐다’는 분위기에 동감한다. 이미 전세계 윈도 점유율에서는 윈도XP가 윈도7에 점유율 1위를 내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판매 전략에 현혹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검증되지도 않은 새 운영체제를 덜컥 샀다가는 후회할 수도 있다는 것. 일부 외신들도 신중한 선택을 촉구하고 나섰다.
북미IT웹진 와이어드(Wired)는 “반짝거리는 새 운영체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혹적이지만, 초기에 발생하는 버그 대란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다분히 ‘윈도비스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윈도비스타는 보안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운영체제다. 윈도XP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 대부분이 호환되지도 않았다. 결국 윈도비스타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윈도 역사상 최악의 운영체제 중 하나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북미PC웹진 PC월드(PCWorld)도 “윈도8 업그레이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있어 양날의 검”이라고 비판했다. 윈도8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메트로 인터페이스’는 터치스크린 입력방식을 감안해서 디자인됐는데, 아직 이를 완전히 지원하는 하드웨어가 많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를 선택한 많은 사람들이 윈도8을 100% 활용할 수는 없어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마우스로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터치스크린보다 다소 불편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실버(Micheal Silver)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들의 장비가 윈도8에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며 “메트로 인터페이스로 완벽히 작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를 후회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에 대규모로 항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윈도8은 2012년 10월 출시될 예정이다. 행사 종료일인 2013년 1월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윈도XP 사용자라면 윈도8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게 여러 모로 나아 보이지만, 아마존 등 각종 쇼핑몰에서 예약판매 버튼을 누르기 전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다. 원하면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내려받을 수 있으니, 인기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겪었던 품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