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언제 사면 좋을까요? 내년이면 신형이 나온다는데 그때 사는 게 좋을까요?”
PC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소비자들 중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 질문은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IT시장의 속성상, 언제 PC를 사던, 몇 달 안에 구형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죽기 직전에 사는 PC가 제일 좋은 PC’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상당수의 알뜰파 소비자들은 좀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해지면 큰 돈을 들여 새 PC를 사기보단 기존 PC의 일부 부품을 교체해 성능을 개선하는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곤 한다. 업그레이드 시에 주로 교체가 고려되는 부품은 CPU(중앙처리장치)와 램(주기억장치), 그리고 하드디스크(보조기억장치) 및 그래픽카드(모니터로 화면을 출력하는 장치)다.
CPU를 교체하면 PC의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되며, 램 용량을 늘리면 덩치가 큰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할 때 좀 더 유리해진다. 그리고 하드디스크 용량을 늘리면 더 많은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며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면 게임 구동 능력이 집중적으로 향상된다. 이론상, 위의 4가지 부품을 전부 교체한다면 거의 새 PC를 사는 것과 다름 없는 성능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새 PC를 사는 것에 비하면 비용이 적게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구형 PC에 신형 부품을 꽂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바로 호환성 때문이다. 백열전구 소켓에 형광등을 꽂을 수 없는 것처럼, 쓰임새가 같은 부품이라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장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품 별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CPU와 메인보드(PC의 주기판)의 호환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바로 ‘소켓’의 규격이다. 예를 들어 같은 ‘코어 i5’ CPU라 하더라도 1세대 제품은 LGA1156 규격, 2세대, 3세대 제품은 LGA1155 규격의 소켓을 사용한다. 따라서 2009년에 출시된 1세대 코어 i5 기반 PC를 가진 사용자라면 2012년 현재 팔리고 있는 3세대 코어 i5로 CPU만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소켓 규격이 맞더라도 신형 CPU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탑재된 바이오스(메인보드의 기본 기능을 제어하는 프로그램) 문제다. 바이오스에는 각 CPU의 구동 방식을 인식하는 마이크로코드가 입력되어있는데, 구형 메인보드에는 신형 CPU에 대한 마이크로코드가 없다. 이렇게 된다면 소켓 규격이 일치하는 신형 CPU를 꽂더라도 작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메인보드 제조사에서는 새로운 CPU가 나올 때마다 내용이 업데이트된 바이오스를 제공하곤 한다. 사용자는 인터넷을 통해 이를 내려 받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다만, 메인보드 제조사에 따라서는 바이오스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에이수스(ASUS, 일명 아수스)의 M3A78-T와 젯웨이(Jetway)의 PA78GT3-DG는 비슷한 시기(2008년)에 출시된 AM2+ 소켓 규격의 메인보드라는 점은 같지만, CPU 지원 범위는 다르다. 에이수스 제품은 2011년에 출시된 페넘II 960T CPU를 지원하는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제공하지만, 젯웨이 제품은 이를 제공하지 않아 해당 CPU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다. 위와 같이 젯웨이 같은 보급형 브랜드보다는 에이수스와 같은 고급형 브랜드의 제품이 바이오스 업데이트도 충실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