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기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제품이라면 단연 스마트폰, 그리고 태블릿PC다. 다만, 두 제품의 세부적인 시장상황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사뭇 다르다.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외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 팬택의 베가 시리즈 등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태블릿PC 시장은 애플의 아이패드 시리즈가 거의 독주를 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시리즈가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아이패드의 아성에 도전하는 제품들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일반PC용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Windows)를 탑재한 제품들이다.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이 화면 커진 스마트폰이라면 윈도 태블릿은 키보드를 잘라낸 노트북에 가깝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윈도 태블릿은 실제로 쓸만할까? 에이서(acer)에서 출시한 ‘아이코니아 탭 W500’을 직접 써보며 전반적인 느낌을 살펴봤다. 아이코니아 탭 W500의 전반적인 제원은 기존의 태블릿PC보다는 노트북에 가깝다. 소형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AMD의 퓨전 APU C-60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운영체제는 일반PC용과 동일한 윈도7 홈프리미엄 버전이다. 더욱이, 노트북용과 거의 동일한 84키의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는 트랙포인트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키보드를 분리해 화면 부분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터치스크린 기능을 가지고 있어 화면을 직접 만지며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는 점은 여타의 태블릿PC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키보드를 분리한 상태에서 글자를 입력하고자 하면 화면 하단에 가상 키보드가 활성화되므로 이를 직접 터치하며 타이핑이 가능하다. 그리고 제품을 기울이면 자동으로 화면의 표시 방향이 전환되므로 가로로 긴 화면, 혹은 세로로 긴 화면을 선택해 사용이 가능하다.
아이코니아 탭 W500과 같은 윈도 태블릿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방대한 양의 응용 소프트웨어다. 일반PC용 운영체제를 그대로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피스’, ‘곰플레이어’, ‘알집’ 같은 소프트웨어를 아무런 문제 없이 쓸 수 있으며, ‘카트라이더’ 같은 PC용 게임 역시 구동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PC에서 되는 건 윈도 태블릿에서도 모두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반대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윈도용 소프트웨어의 양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데스크탑이나 노트북과 같은 일반 PC환경에서 쓸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다. 때문에 화면 구성이나 사용법이 터치스크린 기반의 태블릿PC에서 쓰기엔 불편함 점도 있다. 예를 들면 열려 있는 창 하나를 닫으려면 창의 오른쪽 위에 있는 닫기 아이콘을 클릭해야 하는데, 마우스가 달린 일반PC라면 아주 간단한 작업이지만, 태블릿PC라면 그 작은 아이콘을 손가락 끝으로 누르는 것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윈도 태블릿의 기본적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일반PC의 그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부팅 시간 역시 PC와 마찬가지로 느린 편이었다. 아이코니아 탭 W500의 경우, 전원 버튼을 누르고 윈도7의 부팅이 완료되기까지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현재의 윈도 태블릿은 기존 PC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PC의 단점 역시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태블릿PC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활용성을 높이는데 분명한 한계도 가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윈도 운영체제 자체가 일반 PC에 쓸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