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우8′ 정식 출시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MS가 윈도우8 태블릿 PC를 만들 제조업체를 발표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윈도우8 태블릿 PC를 만들고 있다. 델과 에이수스(ASUS), 레노버, 도시바, 에이서도 윈도우8 태블릿 PC를 출시할 예정이다.
스티브 시놉스키 MS 윈도우 부문 사장은 현지시각으로 8월14일, MS 개발자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더 성능이 높고, 신뢰할 수 있으며, 배터리도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조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며 “ARM 플랫폼으로 PC 경험이 확장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윈도우8 RT 태블릿 PC. 에이수스 제품.
삼성전자와 델, 에이수스, 레노버, 도시바, 에이서가 만들고 있는 윈도우8 태블릿 PC는 ARM SoC로 동작하는 제품이다. 태블릿 PC용 ‘윈도우8 RT’ 버전이 탑재된다. 윈도우 OS는 지금껏 인텔이나 AMD의 x86 프로세서용으로만 개발됐지만, 윈도우8은 ARM SoC를 지원하는 윈도우8 RT 버전이 함께 출시되는 덕분이다. x86용 윈도우8은 기존 PC나 노트북 플랫폼에서, 윈도우8 RT는 태블릿 PC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양은 어떨까. 전세계 제조업체가 선보일 윈도우8 태블릿 PC는 MS가 지난 6월 깜짝 소개한 ‘서피스 RT’와 비슷한 사양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서피스 RT는 윈도우8 태블릿 PC 성능을 짐작할 수 있는 레퍼런스 태블릿 PC다.
서피스 RT를 통해 윈도우8 태블릿 PC 사양을 가늠해 보자. 저장매체로는 32GB에서 64GB 수준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가 쓰일 가능성이 높다. 서피스 RT는 10.6인치였지만, 11.6인치나 10.1인치 제품이 출시될 수도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태블릿 PC 중 7인치 제품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7인치나 8인치급으로 크기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모바일 프로세서가 쓰일지도 관심사다. 우선 엔비디아의 테그라 시리즈가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MS가 서비스 RT에 쿼드코어 ‘테그라3′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퀄컴이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의 모바일 프로세서도 후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S4′ 시리즈는 통신칩 통합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데 유리하다. TI도 ‘OMAP 4470′ 모바일 프로세서를 얹은 윈도우8 태블릿 PC를 대만 ‘컴퓨텍스 2012′에서 공개한 바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주로 쓰이던 모바일 프로세서가 윈도우8 덕분에 새로운 시장을 만난 셈이다.
MS를 둘러싼 하드웨어 생태계가 다변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도 있다. 스티브 시놉스키 사장이 밝힌 윈도우8 태블릿 PC 제조업체 중 HP가 빠졌다는 점이다. HP는 오랜 시간 동안 전세계 PC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온 업체다. MS와 가장 긴밀하게 협력해온 제조업체 중 하나가 윈도우8 태블릿 PC 라인업에서 빠진 꼴이다.
HP는 우선 x86 윈도우8 태블릿만 만든다는 계획이다. 서피스 RT가 아닌 서피스 프로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HP는 MS가 서피스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7월, 윈도우8 RT 태블릿 PC 개발은 당분간 접어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HP는 한 발 떨어져 윈도우8 RT 시장을 지켜볼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혹여 실패할지도 모르는 새 시장에 빨리 뛰어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이다. HP는 우선 기업 시장에 쉽게 도입할 수 있는 x86 윈도우8 태블릿 PC에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