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KT 이동전화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다시금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약 8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의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에 사용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더 문제시된 것은 KT측이 그 사실을 수사기관에 의뢰한 후 약 한 달이나 늦게 사용자들에게 고지한 것이다. 비록 KT측이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결국 이 문제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무법인 평강이 개설한 집단소송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약 3만명이 소송참여 신청서를 낸 바 있다.
이런 식으로 유출된 정보는 여러 가지로 악용된다. 그 중 하나는 불법 텔레마케팅이다. 본래 텔레마케팅(TM)은 통신 장치를 이용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원거리 판매’라고도 한다. 일반적인 마케팅의 일환이므로 텔레마케팅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KT의 경우처럼 불법적으로 대거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텔레마케팅은 엄연히 불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 가입자의 개인정보보호 강화와 향후 같은 문제가 일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통사 개인정보보호 및 불법 텔레마케팅 방지를 위한 개인정보보호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대리점과 판매점의 업무는 분리되어 있다. 대리점은 고객 모집 및 가입 업무를 대행하고 모집 고객에 대한 고객 유지 및 관리를 맡는다. 한편, 판매점은 가입자 유치 알선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점이 있다. 이통사가 직접 관리하는 대리점과는 달리, 판매점은 이통사의 관리, 감독이나 법 집행력의 한계로 인해 규제 사각지대로 존재한다. 게다가 휴대전화 기기 및 요금제 변경, 이통사 이동 등의 텔레마케팅을 위한 개인정보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개인정보 해킹이나 내부 직원에 의한 정보 유출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방통위는 개인정보 유출사고 경위 파악과 이통사들의 개인정보보호 법규 준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 등으로 사고조사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동시에, 불법 텔레마케팅 신고센터 운영 및 실태 점검을 실시하고 부처 합동 불법 텔레마케팅 방지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개선 방안의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먼저, 불법 텔레마케팅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리점, 판매점의 개인정보 보호 관리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보호 교육 강화와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다만, 방통위의 경우는 통신사를 통한 불법 텔레마케팅의 근절을 위한 정책이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 불법 텔레마케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가 특정 사이트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될 경우, 사용자의 동의 없이(텔레마케팅에 정보를 활용하겠다는 약관에 대한 동의 없이) 텔레마케팅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불법 텔레마케팅이 비단 이동통신사와 관련된 문제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다른 경로를 통한 불법 텔레마케팅에 대한 대비책이 완벽히 구축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다. 그래서 사용자들의 주의가 더욱 시급하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은 불법 텔레마케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요즘에는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는 일이 흔하다. 쓸모 있는 정보인 경우가 거의 없어서 귀찮기까지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귀찮은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 텔레마케터가 이미 자신의 정보를 다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문제다. 자신의 정보가 어느 경로를 통해서든 유출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를 사전에 알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우선 텔레마케터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 가는 점이 있으면 텔레마케터에게 직접 캐묻는 것이 필요하다. 회신전화번호를 물어본다든지, 문자로 회신번호를 남겨 달라고 요구한다든지 등의 이야기를 꺼내 보자. 만약 불법 텔레마케팅이라면 텔레마케터들은 입을 다물거나 대답을 회피할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터가 미리 알고 있다고 판단되면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질문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에 미리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정보를 전화상으로 요구할 때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중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불법 텔레마케팅일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전화를 끊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하는 것이다. KT의 사례처럼 특정 기업에서 정보 유출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사이트나 서비스에 가입할 때 약관을 찬찬히 읽어 보자. 경우에 따라서 ‘텔레마케팅 수단으로 자신의 정보를 공개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웬만하면 약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불법 텔레마케팅의 뿌리를 당장에 뽑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놓아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사용자는 자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항상 조심하고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