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월 2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가 처음으로 아이패드를 공개했다.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4월 3일 북미 지역에서 정식으로 출시되었으며, 국내에는 같은 해 11월 28일부터 KT를 통해 판매가 시작됐다. 불과 2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출시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아이패드가 세상의 빛을 본지 말이다. 뒤를 이어 애플은 아이패드2, 뉴아이패드를 출시했다. 하나의 제품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아이패드는 출시 이전부터 참 말이 많았다. ‘세상을 변화시킬 물건’, 또는 ‘포스트PC 시대를 열 제품’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대체 그것을 어디다 쓰느냐’, ‘아이폰 화면만 뻥튀기한 제품’리라며 효용성, 활용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호불호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실 본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아이패드가 어떤 제품인지 (직접 리뷰도 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이패드로 인터넷 검색, 문서 작업, 인터넷 뱅킹, 전자책 읽기, 음악/동영상 감상 등등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지만, 이 작업들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데스크탑PC나 노트북, PMP, 전자책리더 등과 같은 기기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아이패드에서 하는 그거? 이걸로 하면 되잖아”라고 한다면, 정확하게 반박하기 어렵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참고기사: 아이패드와 함께한 3주 - http://it.donga.com/review/4178/
다만,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일상 속에서 시나브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 언젠가부터 외근 나갈 때 노트북이 아닌 아이패드를 가방 속에 넣고,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데스크탑PC의 전원을 켜는 것이 아니라 소파에 있는 아이패드부터 집어든다. ‘기왕 샀으니 꼭 아이패드를 써봐야지’라고 스스로 생활패턴을 바꾼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변화됐다는 것이 맞겠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선보이며 이런 말을 했다. “농촌에서 가장 쓰임새가 높은 자동차는 ‘트럭’이다. 사람의 운송 수단 이외에도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도시에는 트럭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경차나 소형차, SUV 등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가 공존한다. 각각 그 나름의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데스크탑PC, 맥이 트럭의 역할을 했다면, 아이패드와 아이폰은 경차, 소형차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이다.
일례로 아이패드로 디아블로3, 블레이드&소울와 같은 고사양 3D 그래픽 온라인 게임은 즐길 수 없다. 키보드와 마우스 입력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도 즐길 수 없다. 플래시도 제작된 웹 게임도 불가능하다. 높은 프로세서의 성능을 요하는 인코딩이나 파일 압축 작업 등에 적합하지도 않다. 전문적인 2D/3D 그래픽 작업이나 DSLR 카메라처럼 고퀄리티 사진 촬영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외장하드디스크나 USB 메모리처럼 파일을 마음대로 쉽게 넣고 다니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패드는 그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위에 언급한 아이패드로 실행하기에 어려운 작업들을 굳이 아이패드에서 하려고 노력하지 말자. 데스크탑PC 또는 노트북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패드가 필요 없는 물건은 아니다. 고사양 3D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는 없지만, ‘인피니트 블레이드’와 같은 고퀄리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간단한 문서 작업 정도는 금새 처리할 수 있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면 타이핑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이메일 등 간단한 작업은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앱스토어에 등록된 65만 개의 앱(아이패드 전용은 22만 5,000개)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앱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이패드는 천차만별 달라진다. 굳이 아이패드는 ‘이렇게 사용해야 한다’라는 사용지침서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는 아직 그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다. 2년 전과 비교해 ‘제품 정체성’이 조금 뚜렷해졌을 뿐,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도 이 모호한 경계선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굳이 ‘어떤 제품’이라고 꼭 결론지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싶다. 그저 일상 속에서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면 그뿐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