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맥스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VHS가 가정용 비디오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긴 했지만 가정용 캠코더 시장의 확대는 여전히 요원했다. 특히 VHS의 경우, 비디오 카세트의 크기가 문고판 소설책 정도로 컸기 때문에 가정용으로 나온 VHS 캠코더 역시 어쩔 수 없이 방송용 캠코더만큼이나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베타맥스의 경우, 비디오 카세트 크기가 VHS의 절반 정도였지만 이 역시 소형 캠코더로 만들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크기였고, 베타맥스가 VCR 시장에서 외면 받으면서 더 이상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1984년, 소니는 비디오 카세트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8mm 비디오(비디오 8)’ 규격을 발표하고 이듬해에는 8mm 비디오 규격의 비디오 카세트를 사용하는 CCD-V8과 CCD-M8을 출시한다. 그 중에서도 CCD-M8은 소니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초소형 캠코더 ‘핸디캠(Handycam) 시리즈’의 첫 제품이다. CCD-M8은 한 손으로 잡고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크기가 작고 무게도 1kg 남짓이라 휴대성이 매우 높았다. 이후 8mm 비디오는 큰 인기를 끌며 가정용 캠코더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1990년대 들어 가정용 비디오 시장은 이전에 사용하던 아날로그 방식보다 화질이 우수하고 컴퓨터와의 호환성도 높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VHS 방식의 VCR은 DVD로 변화했으며, 캠코더는 8mm 비디오 규격에서 ‘DV’ 규격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DV 규격은 1994년에 HD 디지털 VCR협회에 의해 제정된 비디오 저장 표준으로, 여러 DV 규격 중에서도 가정용 캠코더용으로 지정된 것이 바로 ‘미니DV(MiniDV)’ 규격이다.
미니DV 규격의 캠코더는 8mm 비디오와 유사한 형태의 소형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하지만, 카세트의 크기가 좀더 작고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영상 및 음성을 저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미니DV 규격의 가정용 캠코더는 DVD 수준의 SD급 화질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재생이나 저장을 여러 번 반복해도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화질이 저하될 우려가 적고 PC와 같은 외부 기기로 영상을 전송하는 과정도 간편하다. 이후의 캠코더 시장은 디지털 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캠코더 시장은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정지 화상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대거 등장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는 본체 크기가 작고 SD, CF와 같은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메모리카드를 저장매체로 이용하므로 취급이 편한 것이 장점이다. 더욱이, HD TV가 대량 보급되면서 캠코더 역시 동영상의 화질을 HD급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었다.
2003년에 소니, JVC, 캐논 등의 캠코더 제조사들은 기존의 미니DV 카세트 테이프에 HD급 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HDV’ 규격을 발표하고 이를 지원하는 캠코더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동영상 전송과 편집이 번거로운 카세트 테이프를 저장매체로 쓴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정지 영상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 저장공간이 필요한 동영상의 특성상, 메모리카드에 비해 값싸게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5년을 즈음해 메모리카드의 값이 크게 떨어지고 대용량 제품도 다수 등장하게 되면서 캠코더 역시 메모리카드, 혹은 내장 플래시메모리를 주요 저장매체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PC용 대용량 저장매체인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캠코더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CCD, CMOS와 같은 이미지 센서의 성능이 한층 진화됨에 따라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HD급을 넘어선 풀HD급의 초고화질 촬영 기능도 기본이 되었다.
2012년 이후의 캠코더 시장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큰 이유는 굳이 캠코더를 사용하지 않아도 외에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는 물론, 휴대전화, 태블릿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가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추고 있다. 2010년경 이전까지는 캠코더가 다른 기기에 비해 한층 우수한 화질의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무기로 그나마 시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후부터는 풀 HD급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가 속속 등장해 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고화질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일부 DSLR 카메라의 경우, 가정용 외에도 전문가들의 작품활동에 캠코더 대신 사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캠코더 업체들은 다른 기기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3D 입체영상의 촬영이 가능한 3D 캠코더, 대화면의 투사가 가능한 프로젝터 내장형 캠코더, 그리고 DSLR 카메라처럼 렌즈의 교환이 가능한 캠코더 등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생산을 병행하고 있는 일부 업체들은 아예 동영상 촬영에 특화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디지털카메라를 내놓는 등, 제품간의 경계를 허문 이른바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시도,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