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님의 안경
잔잔한 시냇가
생명강가 2012-10-16 , 조회 (1133)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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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님의 안경

글/생명강가(2012.10.16)


 

어제 형제님들과 불갑산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 근방에 와서야

목포형제님께서 산행 중 쓰고 계시던 자신의 안경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시겠다고 합니다.

점심을 먹던 곳에서 두고 오셨는지,

험한 바위 길을 내려오는 동안 떨어뜨리셨는지,

중간에 쉬는 곳에서 빠뜨리셨는지..


형제님은 눈을 잃고서도 모를 정도로

무감각해지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시는

자신의 망각을 자책하시며 잠시 세월을 탓하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안경이 없으셔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직도 기력이 왕성하신 우리 형제님이시기에

결코 나쁜 일 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형제님들을 보내드리고 집에 돌라와

형제님들과 산행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던 중

또 형제님의 안경이 생각나서

언제부터 형제님의 안경이 보이지 않는지

사진들을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지막 사진까지 형제님은 안경을 쓰고 계셨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탐정처럼 우리의 마지막 사진부터

하산한 후 우리의 행적을 더듬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형제님께서 마지막 연못가에서 쉬시던 때,

손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훔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분명 그곳에서 형제님께서 안경을 벗어놓고

오셨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지만

조용히 혼자만 짐작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나는 피곤했으나 일찍 일어나

아직 인적이 없을 때에 일반 차량의 통행이 제한된

그곳까지 일부러 차를 운행하여 그 자리에 가 보았습니다.

아! 역시 그곳에 주인을 잃은 형제님의 안경이

밤이슬에 물방울이 맺힌 채 작은 반석에 놓여 있었습니다.

나는 그제야 형제님께 안경을 찾았노라고 연락드렸고

형제님은 안경을 찾은 기쁨도 기쁨이려니와

아침 일찍 형제님을 위해 그곳에 가 있는 주의 형제인

저를 향해서 더욱 기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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