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 달(세 번째 글)
호남 행전
생명강가 2013-08-24 , 조회 (477)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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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 달(세 번째 글)

글/생명강가(2013,8.24)

 

 

 

한 달 이상 여름 가뭄으로 목마르던

호남 들녘에 소낙비가 후줄근히 내리던 날 오후,

김기윤형제의 상태가 아침부터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서 한옥 펜션으로 급히 가보았습니다.

오랜 투병으로 지쳐 침상에 누워 있는 기윤씨,

며칠 전부터 물도 넘기지 못하는 앙상한 몰골에

황달까지 심하여 사람의 판단으로서는

도저히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윤형제님, 밖엔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고 있네요.”

하면서 인사말을 건네자,

형제님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있었고

신음소리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 당신의 메마른 이 몸에도 성령의 단비가 내려

지금 새롭게 소생하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나는 차마 이 말은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조용히 주님께 기도로 가져갔습니다.

 

기윤씨의 소식을 듣고

이미 함평에서 형제자매님들이 와 계셨고

우리가 함께 기윤씨 앞에서 찬송을 부르고 있노라니

멀리서 기윤씨의 부모님 일행도 도착하였습니다.

그때서야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장례를 위해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도 다음날 아침에 기윤씨를 시흥의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담담히 기윤씨의 옆자리를 지켰습니다.

 

부모님은 틈틈이 마루로 번갈아 나오셔서

우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셨고

우리 또한 기윤씨는 행복한 아드님이라고 위로해 드렸습니다.

부모님과 가족들도 기윤씨가 꼭 회복되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증인의 삶을 살아주기를 바랬답니다.

가족들은 양형제님의 자매님께서 준비한 저녁식사를

함께 나누실 정도로 평강을 잃지 않고 계셨습니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장성의 의사형제님과 자매님도 오시고

우리는 그동안 기윤씨를 통해 주님께서 일하셨던

여러 가지 은혜로운 간증과 각각 체험했던 누림을 나누다 보니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습니다.

 

나는 사실 어떤 환자를 대하든지 그를 치료해 달라는

기도보다는 주님께 맡기는 기도를 주로 했습니다.

그러나 기윤씨만은 주님이 치료해 주시고, 다시 회복되기를

기도했으므로 그것마저도 몸의 느낌을 따라 내려놓게 하시고

이제 지체들과 함께 평안을 누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다음날 새벽 4시경,

기윤형제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주님 품에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5시경에 기윤씨와 가족 일행은 이미 떠나버렸고

아침에 기윤씨 가는 모습을 보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오히려 번거롭다는 듯이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그래도 평안함은 여전했습니다.

 

나의 집착인지 미약한 믿음의 실패였는지 모르지만

나는 새벽 미명에 주님의 무덤을 찾아갔던 마리아처럼

그 아침에 한옥에 찾아가면, 기윤씨가 회복되어서

시흥의 병원으로 갈 필요가 없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나사로처럼 그의 가족과 친지 모두에게 간증이 되고

형제로서 교회 안에서 함께 주님을 더 누리길 기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리는 그 주님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도 평안하지만, 아직 나흘이 지나기까지는

다윗처럼 금식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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