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주님을 접촉하는 비결
주님을 통제하지 않음
첫 번째 사례는 요한복음 2장에서 주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일이다. 요한은 “예수님께서 이 처음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셔서”(11절)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표적이라고 부르는 데, 표적은 ‘나타내 보인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요한이 기록한, 주 예수님께서 행하신 표적이 한 면으로는 기적이고 또 한 면으로는 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주님은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기적을 통하여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적인 일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제시할 몇 가지 사례는 바로 영적인 사물의 표적을 사용하여 영적인 원칙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가 이 사례를 통하여 중점을 읽어내고 원칙을 찾아낸다면, 주님을 접촉하는 비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사례에서 우리는 중대한 원칙을 본다. 그것은 우리가 주님을 접촉할 때 주님을 통제해서는 안 되며, 전적으로 주님의 주권을 주님의 손에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분께서 시간과 방법을 모두 정하셔야지 우리가 좌우해서는 안 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주님께 “주님, 이것을 하십시오. 저것을 하십시오.”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 만일 이렇게 한다면 아마도 주님은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4절)”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우리가 주님을 접촉하려고 하더라도 그분께 거절당할 것이며 퇴짜를 맞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주님께서 우리와 접촉하기를 원하지 않으시거나 우리의 일을 책임지지 않으시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 안에 오신 것이 우리와 접촉하기 원하시고, 우리의 일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마치 그분께서 가나에 결혼 잔치가 있던 날 그곳으로 오신 것과 같다. 결혼은 인생의 중심이고, 결혼 잔치는 인생의 즐거움을 대표한다. 주님께서 땅에 오셔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신 것은 우리 인생의 중심으로 오신 것이며, 우리 인생의 즐거움이 있는 곳으로 오신 것이기도 하다. 그분은 오셔서 우리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시거나 우리의 일에 무관심하지 않으신다. 주님께서 오신 것은 우리의 일을 책임지시고 우리를 위하여 어려움을 해결해 주시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선결 조건이 한 가지 있는데, 우리가 반드시 주권을 그분께 드리고 그분께 자유를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나의 결혼 잔치 날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주님께 말했다. “그들에게 포도주가 없습니다.”(3절) 이것은 주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일을 하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주님께서 일을 하시라고 분부를 내리는 것과 같았고, 그렇기 때문에 거절당했다. 주님은 그녀에게 “여인이여,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습니다.”(4절)라고 말씀하셨다. 마리아는 하나님 앞에서 공과를 배운 사람이어서 거절당하자 마음에 분명해지는 것이 있었고, 즉시 하인들에게 말했다. “그분께서 여러분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십시오.”(5절) 그녀의 말은 “그분께서 왕이시지 나는 왕이 아니다. 그분께서 의견을 내놓으시는 것이지 내가 내놓는 것이 아니다. 그분께 결정권이 있지 나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였다.
그날 포도주가 떨어진 것은 결혼 잔치에 중심적이고도 중요한 것이 결핍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님께서 그곳에 계시는데, 설마 주님께서 책임을 무시하고 관여하지 않으시며 그들이 어려움 가운데 있는 것을 보기만 하시겠는가? 결코 그럴 리 없다. 주님은 그들을 위하여 일하셔야 했지만, 주님과 가까이 있는 한 사람, 곧 육신의 어머니가 있었고, 그녀는 주님을 접촉하는 우리들을 대표한다. 그녀는 이때 주님께 “그들에게 포도주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주님께서 그들을 대신하여 일을 하셔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녀가 이렇게 한 것은 좋은 뜻에서 나온 것이지만, 주님을 접촉하는 일에서는 사람 자신의 생각이 앞서 나오는 것을 조심했어야 했다. 어떤 때 우리는 아침에 주님을 가까이하다 보면 참으로 어떤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공과를 배운 사람은 천천히 주님께 이 필요를 꺼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일 이 필요를 당신이 알고 주님도 분명하게 알고 계신다면 당신은 서둘러 그분께 의견을 내놓을 필요 없이 그분 앞에서 기다리기를 배워야 한다.
당신이 지나치게 서둘러 의견을 내놓는다면 도리어 거절당하고 주님께서 그 기도에 귀 기울이지 않으신다고 느낄 것이다. 마치 당신이 그 일을 언급하기 전에는 당신과 주님 사이가 좋았는데 당신이 그 일을 언급하자 주님께서 당신에게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다. 그러나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주님께서 당신을 거절하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놓은 의견을 거절하시는 것이고 그분보다 앞서서 내놓은 주장을 거절하시는 것이다. 당신이 그 필요를 보았다면 그분은 더 분명하게 그 필요를 보셨다. 당신이 그분께서 일하셔야 한다고 느꼈다면 그분은 그분께서 일하셔야 한다는 것을 더 강하게 느끼셨다. 당신은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없고 주장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 주님 앞에 나와 기도하지만 의견을 내놓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도의 의미와 목적)